1989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하재홍 사장(38)은 기술인력 병역특례로 대우전자에서 가전제품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암호화 기술 등 복무 중 개인 이름으로 낸 특허가 10여개. 95년 회사를 나온 뒤에는 프리랜서 개발자로 오디오 시스템의 운영체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97년 자본금 4억원이 모이자 임직원 3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파아란테크’를 세웠다.
그의 특허인 플로팅(Floating) 기술은 키와 인증장치가 서로 접속할 때마다 매번 암호를 바꾸는 것. 키를 복제해도 잠금장치를 풀 수 없다.
하 사장은 “플로팅 기술을 인터넷사이트 로그인, 전자상거래, 기업체 보안 등에 빌려주고 받는 로열티로 큰돈을 벌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한다.
회사를 세운 이듬해에 외환위기가 터졌다. 수백 군데 투자를 받으러 다녔으나 투자자들은 그를 외면했다. “실물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돈이 있어야 뭘 만들지’, 그는 좌절했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 그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대전시는 벤처기업에 11억원까지 무담보대출을 해주는 기술경진대회를 열었다. 파아란테크는 297개 업체 중 1등을 했다. KAIST와 대전시로부터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지만 크게 보도됐고 투자자들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새롬기술의 홍기태 사장, 프라임산업 백종헌 회장 등 다수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42억원을 몰아줬다.
자금이 풍부해지자 파아란테크는 2000년 5월까지 MP3플레이어, 인터넷 인증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마케팅 능력 부족으로 모두 실패했다. 직원 27명 중 13명이 사표를 냈다.
하 사장은 회사 이름을 ‘아이레보’(I Revolutionize)로 바꾸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연구실에 들어갔다. 암호화 기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도어록 시제품을 6개월간 다듬고 고쳤다. 남은 자금을 모두 투자해 2001년 2월 지금의 대박 모델 ‘게이트맨2’를 내놓았다.
무섭게 입소문이 퍼졌다. 옆집 현관, 집들이 간 친구 집에서 본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게이트맨2를 사서 다는 ‘붐’이 일었다. 1월에는 1억원, 5월에는 5억원, 10월에는 10억원의 매출. 아이레보는 2001년 달력에서 ‘월’자 대신 ‘억’자를 써가며 매출을 기록했다.
엉뚱하게 실내 인테리어 제품 생산자로 변신한 것.
하 사장은 요즘 중국 현지에 법인을 만들어 놓고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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