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가 예정에 없던 설명회를 연 것은 12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 대한 지원책 발표 후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 부랴부랴 열린 설명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틀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현대차는 외국인투자자의 ‘팔자’가 몰려 4%가량 급락한 것.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부는 올해 초 신용카드사들의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6월 말까지 대주주가 증자에 참여해 자본금을 늘려라”고 종용했다. 증자가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당초 예정된 내용과 크게 달랐기 때문.
현대카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기아차가 1233억원을 분담키로 했다. 현대차는 기아차의 최대주주. 한술 더 떠 기아차가 최대주주인 INI스틸도 584억원을 분담했다. 현대차가 떠안기로 한 증자 책임을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나누어 짊어진 것이다.
기아차와 INI스틸은 증자에 참여했던 것은 ‘사업상의 이유’라고 강변했다.
“현대카드의 주주가 돼야 현대카드 고객의 정보를 영업에 활용할 수 있다. 선진국 자동차회사의 경우 자동차 사업부문보다 금융부문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높은 사례도 많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작년 비금융부문 영업이익률은 0.1%이지만 금융부문은 9.9%다.”
이런 말을 곧이듣는다면 어리석지 않을까? 이들은 왜 모기업이 정부로부터 종용을 받으니까 분담하는가? 모기업은 그렇게 좋은 일을 왜 미루고 피하다가 결국 자회사, 손자회사에 떠넘기는가?
당연히 ‘이번 결정은 현대차가 카드사 운용에 따른 위험을 우량 계열사에 떠넘긴 것’이라는 풀이가 주류를 이뤘다.
사실 카드사는 언제든 추가 부실이 나올 수 있어 대주주들이 가능하면 발을 빼려 하고 있다. 현대카드의 경우 올 하반기 4000억원의 추가 부실을 해결해야 한다.
증권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최근 괄목할 발전을 가져온 기업지배구조가 다시 몇 년 후퇴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거 재벌들이 ‘우리는 한 가족’이라며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던 모습을 회상시켰고 기아차나 INI스틸이 해당 기업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는 일부 대주주나 그룹의 이익을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언제든지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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