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리모델링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아파트나 토지 등 다른 부동산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데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개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여기에다 리모델링은 정부 차원에서 장려하는 아이템인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겁을 내는 ‘국세청의 칼날(세무조사)’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왜 주목받나=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에 비해 여러모로 유리하다.
우선 투자비용이 저렴하다. 기존 골조를 유지한 채 내외부 벽체나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 지을 때 들어가는 비용의 30∼70%만 들이면 된다. 공사기간도 짧다. 지상 5층 규모 상가주택을 신축하려면 최소 5개월 정도 걸리지만 리모델링은 1개월 반에서 2개월이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재건축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일반주거지역 세분화’가 대표적인 사례.
예컨대 7월1일부터 용적률(지상층 바닥면적 합계/대지 면적 비율) 제한이 200%가 되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는 용적률 250%인 상가주택이 있다고 치자. 이 상가주택을 헐고 다시 지으면 기존 건물보다 건축 면적이 줄어든 용적률 200%까지만 건축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면 기존 건축 면적 그대로 개발이 가능하다. 용적률 50%에 해당하는 건축 면적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
▽결혼 앞둔 權모씨 사례= 결혼을 앞둔 권모씨(31)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2층짜리 단독주택(서울 성북구 정릉동)을 원룸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해서 ‘고정적인 임대수익’과 ‘자산가치 상승’, ‘신혼살림집 마련’ 등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케이스.
권씨는 부모님이 고향에 내려가 살기를 원하셔서 함께 살던 단독주택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를 해야 했다. 서울에서 계속 직장생활을 해야했던 권씨로서는 이 집을 팔거나 전세를 주고 그 돈으로 신혼 살림집을 마련할 작정이었기 때문.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은 지 25년이나 지난 낡은 집을 사거나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던 것.
권씨는 고민 끝에 신문 부동산면에서 자주 봤던 리모델링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그 업체에서는 권씨 집이 대학가와 가까워 임대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 원룸주택으로 리모델링할 것을 권유했다. 개략적인 설계안과 함께.
다른 대안이 없었던 권씨는 곧바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일단 1, 2층 합쳐서 31평밖에 되지 않는 건물 면적을 늘리기로 했다. 신혼집과 임대용 원룸 건축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우선 21평이었던 1층을 26평으로 증축해 9평짜리 원룸 2개와 7평짜리 원룸 1개를 만들었다. 10평이었던 2층은 24.5평으로 넓혀 신혼살림집으로 꾸몄다. 리모델링 후 원룸은 곧바로 임대가 됐다. 3개를 합쳐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건물 가치도 높아졌다. 리모델링 전 3억1500만원이었던 감정평가액이 4억6950만원으로 오른 것.
2층에 마련한 신혼집도 실평수는 24.5평이었지만 일반 아파트와 비교하면 33평형과 맞먹을 정도로 넓었다.
▽수익성 분석=권씨가 들인 리모델링 공사비는 모두 1억1480만원. 기존 건물 수선비 5580만원(평당 180만원×31평)과 증축 공사비 4000만원, 옹벽 및 담장공사비 19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수입은 원룸 임대 보증금 4000만원과 월세 100만원(연간 1200만원). 공사비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돈이지만 신혼살림집을 마련하고 자산가치가 1억5000만원 이상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이익이 난 셈이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전문가 의견
리모델링은 부동산 가치와 삶의 질을 ‘확’ 바꿔주는 부동산개발법이다. 낡은 건물을 새롭게 바꿔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자원절약과 자산가치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
리모델링의 장점은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데 있다. 범위와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신축 비용의 30∼70% 선이면 가능하다.
20∼30평형대 아파트는 평당 60만∼80만원, 40∼50평형대는 평당 80만∼100만원, 60평 이상 대형 아파트는 평당 120만원 정도 든다. 단독주택은 구조변경 등을 감안하면 평당 150만∼18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리모델링은 개발기간도 짧다. 아파트는 재건축할 때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의 5분의 1 정도면 가능하다. 공사 기간도 3분의 1 수준이다.
근린생활시설도 한 달 반에서 두 달이면 할 수 있다. 상가건물이라면 영업을 계속 하면서 공사를 진행할 수도 있어 영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도 철저한 시장 및 입지 분석은 물론이고 건물 용도와 시장 상황에 맞는 디자인 등 개별 부동산마다 리모델링 전략이 뒷받침돼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한다면 증축하여 임대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상권이 발달한 역세권 이면도로변은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등으로 용도변경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역세권, 대학가, 오피스 밀집지역 등 주거 수요가 충분한 지역의 상가와 사무실은 작게 쪼개 ‘세미텔’로 개발하면 단위면적당 임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이상 건물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외관만 바꿔도 임대료 상승으로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할 때는 건물을 싸게 사는 게 관건이다. 경매나 공매 등으로 건물을 구입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다만 구조가 튼튼한 건물을 매입해 구조보강 등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각종 부동산 규제책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리모델링에 유리한 법적 장치들이 하나둘 마련되고 있다. 이제는 바야흐로 리모델링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더 이상 가치가 하락한 부동산을 끌어안고 있지 말고 리모델링을 통해 자산가치를 높여보시기 바란다.
서용식 리노플러스닷컴 대표 www.reno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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