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또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월가에선 이례적으로 무용론이 거론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을 비롯한 FRB 수뇌부들이 경제가 빨리 살아나는 것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초저금리를 선택하려 하지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들이다.
지난주 USA 투데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코노미스트 67명 가운데 92%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이 가운데 82%는 인하폭을 0.25%포인트로 예측했다. 그런데 “나라면 금리를 그대로 두겠다”고 밝힌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나 된다. 그 이유는 경제가 이미 호전되는 신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현재 연 1.25%인 연방기금금리를 더 내려 4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갈 경우 경기과열이나 인플레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도 금리인하폭이 0.25%포인트냐, 0.50%포인트냐를 두고 전문가들이 갈려 있다고 전하면서 일단 금리인하 자체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잘 되는 것을 왜 뒤흔들려고 하느냐’는 표현과 함께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는데 금리를 또 내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가에선 미국 경제가 ‘전환점’에 있으며 엄청난 쇼크가 아니면 잘 굴러갈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그 쇼크는 또 테러공격을 받거나 회계스캔들이 터지는 것 같은 돌발변수를 말한다. 그래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쇼크를 기다려보다가 그런 일이 생기면 금리인하 등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 금리를 내려도 기업들로선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금리 수준보다는 실제 경기가 어떠냐가 기업투자의 요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업들엔 FRB가 초저금리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린 FRB의 정책방향에 대해 이처럼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온 적은 없었다. 월가에선 “FRB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시사했는데 막상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실망매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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