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본격적으로 오르려면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순매수하는 ‘쌍끌이’ 장세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당분간 기관투자가의 매수 가담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엇가는 외국인과 기관=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한국 주식을 사들인 지난달 28일 이후 이달 24일까지 누적 순매수는 2조5633억원.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906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판 주식값이 산 주식값보다 많다는 뜻.
특히 12∼20일에는 외국인 순매수 액수만큼 기관 순매도 액수가 커졌다. 24일 외국인이 오랜만에 1466억원어치를 순매도하자 기관은 12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5일에는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수로 돌아선 가운데 기관은 다시 큰 폭의 순매도를 했다.
▽기관, 왜 주식 팔아대나?=대표적 기관투자가인 투신운용사가 주식을 파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돈이 크게 유입되지 않고 있는 데도 기존의 고객들이 증시가 조금 오른 틈을 타 주식을 팔고 나가기 때문이다.
A투신운용사 전무는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뿐 아니라 국내 연기금도 외부에 맡겨 운용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B투신운용사 마케팅 팀장은 “지난해 4월 이후 계속됐던 증시침체에 고통을 겪은 기관투자가들이 손해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털고 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C투신운용사 투자책임자는 “종합주가지수가 700을 넘어 800이 된다는 것이 확실해 질 때까지 새 자금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더 사려면=이런 가운데 이틀 동안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이 25일 다시 50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기관의 힘이 약해진 가운데 외국인의 움직임이 시장을 좌우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변수로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조정 폭 △이번주 발표될 경제지표 △기업의 2·4분기 실적 전망 등을 꼽았다.
25일 증시에서는 금리인하의 폭은 물론 FOMC가 성명서를 통해 미국 경제에 대한 어떤 코멘트를 할지가 관심이었다. 미국 증시가 5개월 연속 오른 상황에서 2·4분기 실적이 이를 받쳐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증시의 최대 관심거리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앞으로의 증시는 경기 및 실적과의 싸움이지만 2·4분기 실적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향 등으로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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