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을 직접 만나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해 물어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거의 얘기를 들을 수 없다.
최근 조흥은행 사태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주한 외국기업인 10여명에게 전화를 해봤다.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할 말은 많지만….” 그리고 들려오는 한숨소리.
언제나 이랬던 건 아니다. 현 정부 초기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계획을 내놓았을 때 외국기업인들은 한국이 어떻게 하면 싱가포르, 홍콩 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내놓았다. 요즘 외국기업인들은 말수가 부쩍 줄어버린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 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외국인들의 정서를 이렇게 전했다.
“일부 부서만 남겨두고 관리본부를 인도로 옮겨갈 예정이다. 새 정부의 미숙한 노사정책과 경제정책 때문에 한국에서는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힘들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다른 외국기업인은 말했다.
“대통령은 외국기업인 모임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 노동정책은 번번이 다르다.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하겠는가.”
두산중공업, 화물연대, 조흥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의 노사분규 해결 방식에 대한 불만이 주류였다.
윌리엄 오벌린 AMCHAM 회장도 현 정부의 최대 선결과제로 노동문제를 꼽으면서 “국제적 기준에서 봤을 때 노조측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한국의 노동법과 노동관행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국제경쟁력은 조사 대상 30개국 중 30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항목에서도 한국은 역시 꼴찌였다.
정부 당국자들이여, 카메라 앞에서 “한국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하는 외국기업인들의 말만 듣고 당신들이 위안을 얻는다면 정말 큰일이다. 외국인들이 진심으로 ‘한국에서 기업하기 좋다’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이들의 조심스러운 지적에 귀 기울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미경 경제부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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