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美 "증권사 믿고사도 투자자 책임"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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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난 뒤의 일이지만 올 2·4분기(4~6월)를 놓고 보면 뉴욕증시에서는 3월 31일 주식을 샀어야 돈을 벌었다. 2·4분기 중 주가가 모처럼 강세를 보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의 경우 14.9%의 상승률로 1998년 4·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때 주식을 사는 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3주전에 연중최저치 바닥을 쳤기 때문. 그러나 지난 3년간 수없이 반복된 등락을 생각하면 쉽게 손이 나가지 않았을 때였다. 게다가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짙었고 기업실적이나 회계스캔들 등 언제 무엇이 시장을 흔들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돈을 벌려면 그에 어울리는 용기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1일 뉴욕증시는 막판 상승세 덕분에 하반기 장세를 힘있게 시작했다.

때마침 이날 나온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판결도 투자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증시 활황기에 인터넷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증권사가 낸 우호적인 투자보고서를 믿었다가 손해를 봤다”면서 증권회사를 상대로 낸 집단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것이다.

메릴린치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판결에서 밀튼 폴락 판사는 “인터넷주식 거품에 대한 비난을 메릴린치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면서 “기록을 살펴보건대 원고들은 고위험 투기성 투자자들로 증권법을 통해 (고위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투기보험을 기대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폴락 판사는 “이들 (고위험) 투자자는 환상에 빠져 카지노에 몰려드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소송에서 투자자들의 주장은 “메릴린치 증권사가 객관적인 리서치를 하지 않고 자신의 영업과 관련 있는 24/7미디어나 인터라이언트 등 기업에 유리한 보고서를 제시해 이를 보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았다”는 점.

맨해튼 연방법원은 이에 앞서 인터넷업체 코바드 커뮤니케이션스에 투자했다 손해를 보았다는 투자자들이 골드만삭스, CSFB, 모건 스탠리 등 증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기각했다. 원고측은 재심청구 계획을 밝혔고 법률절차가 마무리되려면 수년이 걸릴 전망. 그렇지만 이번 판결들로 메릴린치를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소송 가운데 남아있는 25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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