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현장에서]너무나 너그러운 한국 차 소비자들

  • 입력 2003년 7월 7일 16시 24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휴대전화와 관련해 두 가지에 놀란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양한 디자인, 빵빵한 벨소리, 기기묘묘한 아바타 등 온갖 현란한 옵션과 기능을 갖춘 한국산 휴대전화에 놀란다.

두 번째로는 휴대전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열정’에 놀란다고 한다.

‘소리가 64화음인데….’ ‘카메라가 30만 화소로 나은 편이고….’ ‘컬러링이 영….’

소비자들은 전문용어까지 사용하며 휴대전화에 대해 토론하고 품평을 한다. 한마디로 한국인은 휴대전화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인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큐리텔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 때문에 한국산 휴대전화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제조업체들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노력하고 제품개발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들이 까다로운 소비자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10, 20대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마니아가 대규모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자신의 개성에 맞춰 튜닝하는 것이 붐을 이루고 있는 나라도 한국밖에 없다.

그러나 휴대전화 반도체와 함께 수출 1위 품목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자동차 소비시장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아직은 ‘서스펜션’과 ‘캠 샤프트’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개 대화 수준이 ‘가격이 ○○○원인데 디자인이 날렵하고…’ 수준에서 머무른다.

자동차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도 아직은 ‘즐기는 것’이 아닌 ‘탈 것’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마디로 별로 까다롭지 않은 소비자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최근 자동차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동차 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상대하지 않고서는, 그들을 만족시키지 않고서는 절대로 세계 일류 메이커로 거듭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소비자들도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져야 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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