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업 "노사관계 개선 가장 시급"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20분


“폭행, 직장 점거 등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 투입을 요청했는데 경찰이 방관했다. 고소 고발 처리도 계속 늦어져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다.”(유럽계 A회사)

“노조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외에 생산라인 조정과 변경, 인사 등 경영자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사항까지 노사간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유럽계 B회사)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본부에 접수된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올 들어 대규모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파업이 잇따른 가운데 외국인 투자기업들도 노사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7일 한국에 진출한 주요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자환경 개선 방안’에서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가장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단연 ‘노사관계’(124점)를 꼽았다. 정부정책 투명성(70점), 인건비(67점), 행정규제(55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는 미국 유럽 일본계 외국인 투자기업 76개사가 참여했다.

최근 2, 3년간 한국의 투자환경 개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선됐다(52.6%)는 답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변화 없다(39.5%), 악화됐다(7.9%)의 순이었다. 그러나 생산비용(특히 인건비)은 86.9%가 악화되거나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으며, 조세제도에 대해서는 75.0%, 노사관계는 67.1%가 악화되거나 변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또 23.7%의 기업이 투자 애로사항을 개선해 달라고 정책당국에 요청한 적이 있으나 건의해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 업체가 84.3%에 이르렀으며, 개선됐다는 답은 16.6%에 그쳤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는 업체도 1곳이 있었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정책당국의 관료주의적 성향, 외국 기업에 대한 인식 부족과 배타성, 제도와 법규정 미비 등으로 투자 애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와 사업환경면에서 한국과 중국을 비교할 때 한국이 유리하다는 답과 불리하다는 답은 각각 40.8%로 같았다. 그러나 임금 수준에서는 근로자의 교육과 기술수준을 감안해도 한국이 불리하다는 의견이 82.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편 이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78.9%), 생산비용 및 투자수익률(67.1%), 노사관계(57.9%·이상 복수 응답)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에서 3∼5년 안에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회사는 6.6%에 그쳤으나 제조업은 10%로 더 높았으며, 철수 계획을 세운 가장 큰 이유는 노사관계(36.7%)와 생산비용(26.7%)이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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