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류청희/'한국의 카로체리아' 명품 기다린다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24분


많은 독자들이 ‘카로체리아(Carrozzeria)’라는 단어를 낯설게 여길 것이다.

카로체리아는 이탈리아 말로, 흔히 디자인 능력을 갖춘 소량 주문제작 방식의 자동차 회사를 가리킬 때 쓰인다. 그 기원은 마차가 주된 교통수단이던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귀족과 부유층의 기호에 맞게 마차의 차체를 제작하고 장식하던 장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동차가 개발되자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차체 제작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들은 독창적이고 수려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높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아직도 그들의 손을 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니, 에스페로, 레간자, 라비타 등 여러 국산차도 이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단순히 자동차의 스타일만 꾸미는 게 아니다. 제작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를 설계할 뿐 아니라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물론 이들의 규모는 거대 자동차 기업들에 비하면 매우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업계에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자칫 틀에 박힌 밋밋한 물건이 되기 쉬운 자동차에 개성과 혼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또 카로체리아들이 디자인한 자동차 중 상당수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카로체리아가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꿈의 회사나 다름없는 주요한 이유다.

최근 ‘한국의 카로체리아’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여섯 번째 자동차 메이커가 탄생했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프로토자동차’다. 이 회사의 첫 제품은 수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스포츠카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직원 20여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수년 동안 한 길만을 걸으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이 회사에 거는 기대는 크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한국의 디자인을 당당히 팔 수 있는 자동차계의 거장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chryu@auto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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