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투자원금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하면서도 5월 23일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로는 주식 및 채권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24일 “금융자산을 30억원 이상 갖고 있는 고객 30여명을 지난 2년 동안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태익 국민은행 압구정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의 분석 결과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살고 있는 한국의 부자들은 198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과 1990년대 후반 벤처 열풍 속에서 부를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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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자산은 부동산과 은행 예금 및 적금. 또 평균적인 자산 배분은 △부동산 60% △은행 예·적금 22% △투자 상품 8% △보험 7% △기타 3%로 이뤄져 있다. 부지런히 저축해서 투자 밑천을 마련한 다음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비결이었던 셈.
“부자 고객의 비위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라고 김 센터장은 말한다. 투자나 자산관리에 대해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이란다.
자기 금융자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려 하지 않는 것도 한 특징이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은행권 PB의 최대 라이벌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고 주인의 재산상 비밀을 저승에까지 가져갈 수 있는’ 충직한 비(非)제도권 매니저들이다. 고급호텔 VIP룸 뺨치는 PB센터에 들러 그저 개별상품 정보만 캐묻고 가니 정작 돈 되는 종합재무컨설팅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5월 23일 부동산 투기 대책이 나온 뒤 어느 정도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띈다고 한다. ‘투자를 할 때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위험이 큰 투자 대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잘하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해외 투자 상품에 대해 많이들 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심 이동이 구체적인 투자로 실행되고 있지는 않는 걸 보면 아직은 마땅한 상품과 투자 타이밍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의 마음에 쏙 드는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국 PB산업의 현실도 이들의 장고를 더 길어지게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PB사업의 잠재고객인 10억원 이상 금융자산 보유자는 현재 5만5000∼7만명이며 전체 시장 규모는 25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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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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