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속 가볍게…노사분규 자제…道가 '기업살리기' 나섰다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34분


김혁규 경남지사
김혁규 경남지사
《경남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 살리기’ 선언을 하고 나섰다. 이는 기업에는 엄격하고 노조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정부의 정책으로 제조업이 무너지고 해외투자자가 발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로 그 성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도는 28일 환경단속 완화와 노동쟁의 자제 촉구를 통한 기업 살리기를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경영행정’을 기치로 내건 김혁규(金爀珪) 도지사가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환경과 노동권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남도의 기업 살리기=김 지사는 28일 오전 도청에서 열린 실국원장 회의에서 “기업이 어려운 때인 만큼 대기오염이나 폐수 등을 단속할 경우도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업 중단 등의 무거운 벌보다는 가벼운 벌을 주고 가능한 한 시정조치를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는 “과거와 같은 단속방식을 고집하면 기업이 우리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우리 도가 역점을 두어온 ‘내외자 유치’는 물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와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외국에서는 공장 유치를 위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無)분규 각서’도 써줄 정도”라며 “우리나라는 ‘노사분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는 불평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김 지사는 이달 초 창원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경제포럼에서도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노사분규와 이기주의 등이 소득 2만달러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는 노사 관계의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천시 진사산업단지 내 외국인전용공단 입주기업 4개를 대상으로 전국 최초의 ‘무분규 선언’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마산자유무역지역 등 외국인 투자업체를 중심으로 무분규 선언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남도 실무자들이 경영자 및 노조관계자와 접촉 중이다. 이와 함께 쟁의가 발생한 사업장은 도지사가 직접 나서 노사를 설득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는 최근 쟁의가 발생한 창원공단 내 2개 업체에 장인태(張仁太) 부지사 등 공무원을 파견해 중재를 벌였으며 이 중 1개 업체는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김 지사는 이달 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해 ‘경남의 투자유치 전략과 제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외국인 기업 노사 무분규 선언’을 해서 외국 기업에는 분규가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경남도는 99년 이후 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서 최근까지 외국기업 12개사(총투자 규모 6억4400만달러)와 국내기업 3460개사(총투자 규모 4조4850억원)를 유치했다.

▽환경단체, 노동계 반박=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경남도의 환경단속 완화와 관련해 “기업 유치도 결국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눈앞의 이익 때문에 환경 규제를 완화했다가 사고가 날 경우 원상복구에 더 많은 도민의 세금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분규 선언’에 대해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외국자본에는 ‘경영천국’을 만들어 주고 내국 노동자는 노동기본권마저 제약해 ‘지옥’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라며 “노동자의 권익과 삶의 질이 중요한 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발상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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