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임금 현대車 경쟁력 문제없나”

  •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37분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에 따라 정상조업이 재개된 6일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차량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울산=연합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에 따라 정상조업이 재개된 6일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차량 생산에 몰두하고 있다. -울산=연합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로 15년차 생산직(40세 초반)의 연봉이 평균 6000만원에 육박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렇게나 많이…”라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는 “그렇게 높은 임금을 주고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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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현대차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여력은 있다=임단협 합의로 현대차 직원은 올해 1인당 평균 67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된다. 여기에 현대차 직원 수인 5만명을 곱하면 임금인상에 따른 현대차의 올해 추가 인건비 부담은 33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매출 26조3370억원에, 순익 1조4440억원을 올렸다. 올해 1·4분기(1∼3월)에도 6조854억원에 순익 4176억원을 올리는 등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좋은 편이다.

실적이 괜찮은 것은 아직까지 현대차가 ‘저가(低價)의 품질 좋은 중·소형차’를 생산해내는 데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국 시장 점유율도 99년 0.4%, 2000년 1.4%, 2002년 2.23% 등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신흥 중산층을 중심으로 ‘마이카’붐이 일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쏘나타 생산을 시작한 베이징현대차도 순항 중이다.

내수시장에서는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기아차그룹의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해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상태다. 노조가 한달 넘게 파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독점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험=그러나 2005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국내에서 GM대우와 르노삼성이 2005년부터 부품 국산화를 시작하고 중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본격 생산하면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3.1% 이상으로 올리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증권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이번 임단협 협상에서 임금인상보다는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을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분석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인데 고용의 유연성이 없다면 불경기 때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는 2005년부터 미국 앨라배마공장(연 30만대 생산 규모)이 본격 가동되고, 중국 공장의 생산규모가 현재 10만대에서 30만대로 확대되면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그 사이에 현대차가 생산성과 자동차 품질을 높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2005년은 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반면 실패한다면 또 다시 생산과잉의 위기를 맞는 것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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