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투기의혹 아파트 골라 집중조사

  • 입력 2003년 8월 11일 18시 57분


국세청이 11일 서울 강남권 일대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 등에 대해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라지지 않은 투기 조짐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격 폭등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이들 아파트에 대한 투기수요를 잠재우지 못하면 안정세로 돌아선 다른 지역에서도 투기수요가 되살아나리라고 국세청은 보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상승 패턴은 서울 강남지역→서울 기타지역→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지방 등으로 순차적으로 오르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한국 부동산 문제의 진원지인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상승을 세무조사로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왜 강남지역인가=국세청은 지난해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초강경 대책을 내놓았지만 강남지역만은 투기적 가수요(假需要)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 청약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전세금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은 사정이 달랐다.

주간단위로 부동산시세를 조사하는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은 평균 0.40% 오른 반면 강동(0.93%) 강남(0.75%) 서초구(0.63%) 등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날 이례적으로 강남지역에서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김철민(金哲敏) 국세청 조사3과장은 “일일이 단지를 밝힌 것은 투기자들에 대한 사전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또 올해 강남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조사가 한 번도 없었던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강남권에 집중해 부동산 자금 출처조사를 실시한 뒤 시간이 꽤 흐른 만큼 이번 기획 세무조사로 ‘집값 급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겠다는 뜻이다.

▽어떻게 진행될까=국세청은 거래, 특히 단기 매매가 활발하고 실(實)거래가와 신고가와의 차이가 큰 아파트 단지를 우선적으로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투기 혐의자가 드러나면 자금출처와 양도소득세 성실 신고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미 강남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올 1∼7월 거래 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또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와 대치동 우성아파트 등 일반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거래 자료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의 대책은=국세청은 가격 상황을 감안해 8월 이후 거래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키고 수도권의 다른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고삐를 죄겠다는 것.

그러나 재건축 추진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집값 급등의 재료(材料)가 있는 곳은 우선분석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강남구 개포, 대치, 도곡동 일대의 투기 우려가 있는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투기대책반을 수시로 투입해 투기 혐의자나 투기조장 중개업소를 조기에 색출하기로 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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