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검찰수사 논란]與의원 “재벌 하나쯤은…"

  • 입력 2003년 8월 11일 19시 28분


11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죽음과 관련한 ‘검찰의 가혹행위’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수사검사 출신인 함 의원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돌아가며 전화번호부 같은 두꺼운 책자로 정 회장의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며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분식회계나 비자금의 수사를 통해 재벌기업 하나쯤 망하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식의 협박과 모욕을 가한 사실이 정 회장 측근들의 주장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 의원은 또 “정 회장이 특검조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도 높은 ‘몰아치기’ 조사를 받고 특검에서 밝혀진 150억원 비자금 외의 충격적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정 회장은 자신의 자백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에 대한 번민, 배신을 했다는 자괴감, 수사과정에서 받은 인간적 모욕감 등이 혼재된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함 의원이) 들은 것을 밝혀주면 조사하겠다”면서 “정 회장은 조사과정에서 변호인과 수시로 접견하면서 변호인과 식사까지 함께했다”며 검찰의 가혹행위 의혹을 부인했다.

정 회장의 죽음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조사 촉구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정 회장이 비자금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 의원도 “대검 감찰부와 강력부를 중심으로 별도의 수사팀을 만들어 객관적인 진상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장관은 “서울지검이 수사지휘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정 회장의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일체의 가혹행위나 폭행이 없었다”고 함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함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부터 들은 얘기이고 일반적으로 자살이 확실하면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 부검을 실시하지 않았느냐”며 “유가족조차도 의문을 갖는 사건이라 철저히 수사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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