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단기실적이 아닌 장기적인 기업문화 혁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 회장은 “과거 보험시장이 커질 때 한국의 보험사들은 덩치(매출액)를 키우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 좋은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며 자성했다.
신 회장은 이러한 외형 확장을 ‘모래성’으로 표현하고 모래성은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고 말한다. 그는 교보생명도 과거의 매출위주 경영에서 고객위주로 확실히 바뀌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항상 갖고 일한다.
보험업계에서는 2002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 교보와 대한생명의 실적을 보면서 “교보 대한생명이 2, 3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대한생명이 2등, 교보생명이 3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업계의 등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팔고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회사나 보험판매인의 부당한 이익을 위해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상품을 팔았다면 이러한 거품은 매출에서 빠지는 것이 당연합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매출액이 줄어드는 현상은 거품제거 과정으로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다. 신 회장이 생각하는 ‘고객의 완전판매’ 개념은 간단하다. 고객에게 필요 없는 상품은 팔지 않고 소비자가 알아야 할 위험요소는 보험을 팔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알려줘야 한다는 것. 보험사와 계약자간 분쟁의 대부분은 보험판매인이 보험계약과 관련된 요소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보험금이 약속한 것보다 적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판매액이 줄더라도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신념은 이미 결실을 보고 있다. 13회 차 계약유지율(보험가입 후 1년 동안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비율)이 99년 60%에서 2002년 79%로 높아진 것. 신 회장의 목표는 유지율 90%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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