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美공략 비상등…사령탑 오닐사장 미쓰비시로 옮겨

  • 입력 2003년 9월 1일 17시 55분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공략은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미국에서 잘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올 만한 일이 생겼다.

미국시장 확장의 ‘일등공신’인 핀바르 오닐(51·사진) 현대차 미국현지법인(HMA) 사장이 경쟁사인 미쓰비시로 옮겨가는 것.

현대차는 1일 “계약이 완료된 오닐 사장이 재계약을 하지 않고 지난달 29일 사표를 냈다”며 “오닐 사장은 일본의 미쓰비시 미국현지법인(MMNA)의 최고경영자 겸 공동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조만간 후임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출신의 변호사인 오닐씨는 1985년 HMA에 입사했으며 1998년 전격적으로 CEO에 발탁됐다. 특히 현대차의 미국 현지 공략이 크게 성공하면서 지난해 말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는 ‘2003년을 이끌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장 큰 성공은 ‘10년간 10만 마일 보증’을 과감히 내세운 것. 현대차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능을 의심하던 미국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현대차를 구입하도록 유도해 성능을 제대로 인정받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

미국시장 점유율도 1998년 0.6%에서 올 7월 말엔 2.4%로 높아졌다. 판매대수는 당시 9만여대에서 지난해엔 4배가 넘는 37만5000여대에 이르렀다. 특히 올 들어 7월까지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감소할 정도로 침체됐지만 현대차는 3.9% 늘었다.

오닐씨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2005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50만대를 팔 수 있을 것”이라며 “2010년에는 연간 100만대를 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쓰비시가 오닐씨를 영입한 것은 현대차 매출을 따라잡으려는 포석. 일본의 제4위 자동차 메이커인 미쓰비시 자동차는 지난해 HMA보다 적은 34만5000여대를 팔았으며 올 7월까지의 판매량도 전년보다 33% 급락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내수판매는 전년보다 12.3% 줄었지만 수출은 21.8% 증가했다. 현대차의 국내외 전체 판매대수에서 북미시장(미국과 캐나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6%(선적 기준)에 이른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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