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당국에 너무 큰 재량권을 주고 내국인의 은행 진입을 차별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 특히 내국인 차별 조항은 금융감독위원회 내부에서도 “잘못된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행 은행법은 은행주식 보유를 10%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해 보유하려면 금감위의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규정한다.
다만 은행법은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비(非)금융업 외국인의 초과보유를 허용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과거 제일은행과 달리 이 법에서 규정한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어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것.
외환은행은 지난달 말 신임 사외이사(7명 중 론스타측 5명) 동의안을 이달 16일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해 론스타의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론스타는 3일 오후까지 주식초과보유 신청서를 금감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현재 일정도 잡히지 않은 금감위의 론스타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통과의례 이상이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위 당국자는 “금감위가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외자유치를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 금융당국이 이처럼 사후(事後) 자격심사를 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선 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사전승인이 요구된다.
주식인수자금 출처, 합병 및 경영진 교체 계획 여부 등 서류를 갖춰 FRB에 신청하고 은행주식 매수계획을 신문에 게재해야 한다. 60일 이내에 불승인 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때 매수계획이 승인된 것으로 간주된다. 독일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또 구미(歐美) 주요 국가 가운데 내국인에 대한 은행업 진입 차별규정이 있는 곳은 없다.
반면 한국에서는 은행주식 10% 이상을 보유하려는 내국법인의 부채비율과 주식취득자금을 제한하고 4% 초과하는 의결권도 봉쇄한다.
이 때문에 일부 금감위 간부들조차 “최근 대주주 신용공여한도가 줄어드는 등 대주주 감독이 강화된만큼 82년 은행민영화 조치 이후 대주주의 사금고(私金庫)화 방지를 위해 비금융 내국인의 은행 진입을 제한한 현행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시중은행을 인수하는 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지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기관이 국내기업에 돈을 빌려줘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은행을 외국인에게 파는 것은 성장과 경제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등 은행법 감독관행 비교 | ||
한국 | 미국 영국 독일 | |
대주주 적격성 심사 | -사전 및 사후 심사 모두 가능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금감위의 판단 재량권 허용 | -반드시 사전심사 -네거티브 방식(불가능한 경우에만 적시하고 나머지는모두 허용) 으로 자의적 재량권 없음 |
내국인 차별 | 내국법인(기업집단) 부채비율 200% 이하, 주식취득자금이 차입금이면 불가, 내국인 의결권 4%로 제한 | 내·외국인간 특별한 차별조항 없음 |
자료:각국 은행법 및 시행령 |
김용기기자·국제정치경제학박사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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