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네슬레 본사가 한국네슬레의 두 달째 파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네슬레가 충북 청주공장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강성 노조와 잇단 임금상승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우려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 본사는 한국네슬레에 대해 “청주공장 철수에 따른 법적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그 이유를 ‘경쟁력 저하’라고 못박았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본사 지시는 한국에서 소비되는 제품을 네슬레 해외공장에서 공급받는 경우와 청주공장을 유지할 때의 비용을 비교분석해 보고하라는 것”이라며 “본사는 이런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하는데 그 결과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청주공장처럼 냉동건조커피를 생산하는 전 세계의 네슬레 공장 9곳 가운데 청주공장은 현재 생산성 면에서 4위다. 4, 5년 전만 해도 1위였지만 최근 3년간 매년 10% 이상의 높은 임금상승이 이어지면서 세 계단 밀려났다.
더욱 큰 문제는 이처럼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이 떨어져 대한(對韓) 투자를 재검토하거나 철수하려는 외국 기업이 네슬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유팩을 생산하는 한국테트라팩은 “1000만달러 추가 투자를 계획했지만 최근 감내할 수 없는 노사분규 때문에 무산됐다”고 최근 밝혔고, 월마트코리아도 영업장 수를 15개에서 30∼40개로 늘리려는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외신들도 한국의 노사갈등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자동차 파업 타결 이후 “한국 경제가 전투적 노조의 제물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잇따라 발생하는 파업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염려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사우스모닝포스트지도 한국 대형 노조들의 파업사태를 열거하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등으로 이전하기를 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전택수 한국네슬레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경영권 참여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다만 근로조건 변경이나 고용변화 등에 있어 협의하기로 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아 ‘합의’로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네슬레는 문제를 대화로 풀려고 하지 않고 노조 죽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한국네슬레에 대한 네슬레 본사의 지시 요약▼
1.네슬레 그룹은 현지 법규 법령 준수를 현지화 경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2.네슬레 그룹은 회사 고유의 경영권 및 인사권에 대한 노조 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
3.한국네슬레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고 추후 쟁의 종료 후 어떠한 다른 명목으로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보상 지급해서는 안 된다.
4.한국네슬레는 경쟁력 저하 추세가 앞으로 이어질 때 한국에 생산기지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공장 철수의 법적 절차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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