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정책 '오락가락' 국민들은 '갈팡질팡'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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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잦은 ‘말 바꾸기’와 유예기간을 감안하지 않은 ‘기습적’인 정책 집행으로 인해 도리어 정책 저항만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나온 부동산 정책 20여건=5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종합대책 가운데 ‘재건축 소형평형 60% 확대 적용’은 발표 당일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그 이전에 기존 규정을 믿고 아파트를 거래한 사람들은 물량을 처분할 여유를 전혀 갖지 못하게 됐다.

건설교통부는 또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조합원 권리를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5월 건교부가 비슷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재산권 침해가 우려될 수 있다”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는 사안이다. 불과 석 달여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정책의 남발도 문제로 꼽힌다. 과거에도 부동산정책이 수시로 나오기는 했지만 올해는 특히 심했다. 올해 주무부처인 건교부가 내놓은 대책만 14건이고 재정경제부가 세제(稅制)를 동원한 정책을 합하면 20여건이 넘는다.보름이 채 못돼 하나씩 부동산 관련 정책이 쏟아졌다는 계산이다.

부처간 손발이 안 맞는 것도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재경부와 건교부는 이번 9·5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강남권 부동산가격 급등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교육여건 문제를 들었다. 하지만 교육 관련 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지원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육부 및 일부 교육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또 교육을 부동산 투기 잡는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뿐 아니다. 새 정부 들어서만 법인세율 인하, 특별소비세율 인하, 무쏘 스포츠 승용차 인정 등 그동안 내놓은 주요 정부정책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뒤집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조동근(趙東根·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듯이 정책 당국자에 대한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부정책이 일관성이 없다 보니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정책효과도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뢰 추락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월 4일 기자회견에서 “특별소비세를 내려봤자 소비 활성화에는 도움이 안 된다”며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특소세율 인하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 뒤인 7월 3일 재경부는 특소세 인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곧바로 재경부 홈페이지는 그 사이에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격렬한 비난으로 도배됐다.

현 정부 경제팀은 출범 초인 3월에는 “경기부양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불과 한두 달이 지난 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필요론이 흘러나오더니 김 부총리는 5월 2일 “6월 국회에서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의 신뢰 추락과 실기(失期)가 2·4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와 대비해 1.9%나 추락하게 만든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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