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사장 증시전망]"1,000선 회복은 내년 하반기"

  • 입력 2003년 9월 14일 17시 43분


《외국인들이 5개월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종합주가지수를 760선으로 올려놓았다. 세계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진다. 하지만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국내 주요 증권사 사장들에게 ‘향후 시장전망과 자산운용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그들도 무척 조심스러워 보였다.》

#장면1

2001년 미국 9·11테러 직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460선까지 떨어졌다가 2002년 4월 중순 937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이후 오름세는 꺾인다. 당시 경기는 고점(高點)을 지나고 있었다.

#장면2

2003년 9월 9일 지수는 767까지 상승했다. 3월 500선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경기의 회복세가 국내 내수 경기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증시흐름을 보면 지수 하락에 따른 반등심리만으로는 1,000선 도달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올 3월 이후의 반등장세는 1,000선 회복으로까지 이어질까.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본보 설문조사에서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1,000선’ 회복은 내년 하반기에나…=동원증권 김용규, 현대증권 김지완, 삼성증권 황영기, LG투자증권 서경석, 대신증권 김대송,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 등 6명은 1,000선 회복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동원 김 사장은 “빠르면 그렇다는 것이고, 경제상황에 따라서는 2005년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며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1989년, 94년, 99년 지수 1,000선을 넘어설 때엔 고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성장 테마가 시장분위기를 움켜잡았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게 눈에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89년엔 3저(低)효과와 최초의 경상수지 흑자 △94년엔 외국인 투자유입과 주력수출산업의 호황 △99년엔 경제위기 탈출 및 정보통신과 벤처산업 붐이 각각 테마를 형성했다는 것.

현대 김 사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데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수단의 활성화로 당장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 초기 국면→시중자금 증시 유입→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의 틀이 많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삼성 황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동문제의 해결 없이는 1,000선의 조기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내수 경기 회복과 함께 법질서를 존중하는 노동 관련 정부정책이 서둘러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LG투자 서 사장은 “경기침체 여파로 일부 업종에선 재고 누적, 가동률 저하 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선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덩달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대신 김 사장은 “외국인의 매수세에 의존하는 상승장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올해 말 종합주가지수를 820∼850선으로 예상했다.

▽‘아니다. 내년 상반기도 가능하다’=굿모닝신한증권 도기권 사장과 대우증권 박종수 사장은 1,000선 복귀시점을 내년 1·4분기(1∼3월)로 예상해 조사 대상 증권사 사장 가운데 가장 낙관적이었다. 이들은 “세계 경제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내수경기도 올해 말쯤부터 본격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고 관망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안창희 사장과 대한투자증권 김병균 사장은 1,000선 돌파시점으로 내년 2·4분기(4∼6월)를 꼽았다.

안 사장은 “경기회복을 반영해 올 상반기 20% 이상 감소한 기업이익이 하반기엔 작년 같은 기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투 김 사장은 “내년 2·4분기엔 수출 호조가 투자 고용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쯤이면 1,000선 돌파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점치는 올해 말 종합주가지수는 대부분 900선을 웃돌았다.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증권사 사장들은 한국 증시가 네 자릿수대에 안착하기 위해선 △주주가치 중시 경영 △회계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정부정책의 일관성 유지 △불공정 매매 근절 △간접투자시장 활성화 등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합리적인 노사문화의 정착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을 이끌어내는 것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대 김 사장은 “기업의 투명성 결여는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이익창출 능력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LG투자 서 사장은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은 지나치게 낮다. 주주 중심의 배당정책을 활성화해야 주식 수요기반이 폭넓게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투 김 사장은 “부동산 투기억제 및 장기 주식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들이 모아지면 간접투자 중심의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기대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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