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태풍과 잇따른 호우(豪雨) 등이 겹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기준)이 2%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또 정부가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검토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제성장률 2%대 추락 우려=이번 태풍의 특징은 인명 피해 뿐 아니라 농업과 산업계 전반에 걸친 직접적인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
특히 4·4분기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쌀 수확량은 호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1980년(2465만석) 이후 처음으로 3000만석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태풍으로 농경지가 침수돼 수확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 신(新)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 컨테이너 크레인 파손은 심각한 수출입 차질을 예고한다. 이들 부두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부산항 전체의 12%에 달한다. 다른 산업과 연관관계가 큰 석유화학 업계의 조업 중단으로 드러나지 않는 연쇄 피해도 클 전망이다.
이 같은 손실은 바로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3.1%.
그러나 쌀 생산이 최악일 경우 4·4분기(10~12월) 성장률은 0.5% 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0.125% 포인트 정도의 영향을 주게 되며 이는 결국 2.9% 정도로 추락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높다. 기타 산업부문의 부진까지 감안하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2%대 성장률은 외환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1998년(-6.7%)을 빼면 1980년 이후 2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曺東徹) 거시경제팀장은 "농업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대"라며 "쌀 수확기의 계절적 영향을 감안하면 4·4분기에는 10% 정도로 비중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조성종(趙成種) 경제통계국장은 "이번 태풍 피해로 연간 추정치 3.1%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 가능할까=지난해 태풍 '루사'가 5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혔을 때 정부는 4조1431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루사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태풍의 피해 복구를 위해서도 추경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력이 없다. 공기업 주식 매각 물량이 소진된 데다 이미 4조2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탓이다. 내년 예산 증가율을 1%대로 묶은 터에 또 2차 추경까지 짤 경우 균형재정은 물 건너가고 적자재정으로 돌아선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고민을 보여주듯 재정경제부 김광림(金光琳) 차관은 "일단 피해규모를 산출해봐야 구체적인 정부 지원 규모를 확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추경 편성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확대 통화정책을 쓸 형편도 못된다. 이미 한국은행이 금리를 2번이나 내린 탓에 부동산 경기만 띄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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