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큰손' 기관 "지금은 관망중"…매수강도 낮추고 시장탐색

  • 입력 2003년 9월 18일 18시 08분


주식시장의 ‘큰 손’인 기관투자가들은 지루한 ‘게걸음’ 장세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종합주가지수 연중 저점인 3월 18일 이후 매매 추이를 보면 그들 역시 개인과 마찬가지로 주식을 파는데 치중했다. 특히 개인들의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하는 투신사는 개인들의 매매패턴과 거의 닮은꼴이다. 개인들의 환매 요청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정보통신부(우체국 예금) 삼성생명 국민은행 농협’ 등 5대 기관투자가들은 투신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들은 자체 운용 규모가 수천억∼수조원대로 거액일 뿐만 아니라 2∼3년 앞을 내다보고 주식을 매매하는 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있다.

이들의 요즘 시장관(市場觀)을 들여다봤다.

▽‘5대 큰손’의 성적표는=총자산 규모가 70조원에 이르는 삼성생명의 주식투자 원금은 2조원가량. 하지만 장기 보유한 종목들이 최근 많이 오르면서 누적 평가이익이 무려 4조3000억원에 이른다. 연초에 비해선 1조원가량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은행은 2월부터 4월까지 1조원가량의 자금을 증시에 쏟아 부었다, 주식 매입 당시의 평균 주가지수는 570선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실현이익과 평가이익을 합쳐 2000억원가량 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농협도 연초 대비 26%가량 수익을 냈으나 시장수익률(19.4%)과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농협은 현재 고유계정과 아웃소싱(외부 위탁) 운용을 합쳐 총 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에 직접 투자와 아웃소싱 운용을 합쳐 1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주가 급등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7월말 현재 주식 운용 규모는 6조2634억원에 이른다.

정통부는 우체국 예금자금 중 1조원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에 들어갔던 보험자금(4조원가량)은 장기적인 위험관리 차원에서 올 상반기 중 주식편입 비중을 크게 줄였다고 정통부측은 밝혔다.

▽‘우리는 관망 중’=큰 손들은 지수 750선을 넘어서부터 무척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한다.

온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고 경기회복 등 미국발 호재의 약발도 다한 것 같다”며 “이제부터는 국내 내수경기의 회복 시기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매수 강도를 낮추고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삼성생명 운용본부 관계자는 “올해 중에는 신규 종목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 현재 보유중인 종목도 경기민감주보다는 주가흐름이 안정적인 가치주가 많다”고 귀띔했다.

국민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길게 보면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5개월 연속 상승한데 따른 부담이 더 크다고 본다”며 시장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부 관계자도 “외국인들의 ‘사자’ 공세로 750선까지 올라왔지만 경기가 예상대로 회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내년까지 내다보면 시장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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