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는 18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각 그룹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출자규제를 총수의 소유권과 의결권간의 비율에 따라 계열사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재경부가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에 의뢰해 작성한 것으로 앞으로 3년간의 대기업 정책을 결정하는 ‘시장개혁 태스크포스 합동회의’에 19일 제출된다.
그동안 경기 회복을 위해 기업 투자 촉진책을 강구하던 재경부가 현행 출자규제에 대해 반대하는 견해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가 최종 채택될 경우 현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기업의 타(他)회사에 대한 출자한도를 정할 때 그룹 총수가 그 회사에 행사하는 의결권을 소유권으로 나눈 ‘의결권 승수’를 기준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의결권 승수가 ‘1.25 이하’인 기업은 총출자한도를 순(純)자산의 150%까지, ‘1.25 초과 1.5 이하’면 100%까지 보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재경부 당국자는 “의결권 승수가 낮은 기업의 경우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한도가 현행 25%에서 최고 150%까지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의결권 승수는 총수의 직접 지분은 적지만 계열사를 통한 출자분이 많으면 높아지고, 그 반대면 낮아진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 이상승(李相承·경제학) 교수는 “기존 출자규제는 기업의 건전한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며 “의결권 승수지표를 사용하면 대기업 핵심 계열사의 출자한도가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申鍾益) 상무는 “출자총액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정부안이 마련된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기업의 투자 의욕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편 출자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장해 온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는 재경부가 제안한 의견일 뿐 정부안(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19일 열리는 태스크포스에서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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