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뛰어넘는 사업전략]가격파괴…24시간 영업…쪼개 판매

  • 입력 2003년 9월 18일 18시 24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주점을 하는 송춘희씨는 400원짜리 잔술 등 양을 쪼개 가격을 낮춘 메뉴로 손님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주점을 하는 송춘희씨는 400원짜리 잔술 등 양을 쪼개 가격을 낮춘 메뉴로 손님을 끌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시간파괴, 가격파괴로 불황을 건너뛴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가게 매출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가 줄을 잇고 있다. 오래전 선술집에 있었던 잔술판매가 다시 등장하고, 1달러(1200원)보다 싼 1000원짜리 김밥을 파는 곳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판매시간도 늘려 24시간 영업하는 곳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싸다는 느낌이 들도록 음식을 쪼개 팔고, 미끼 상품을 개발하고, 제조업체 공장처럼 종업원을 24시간 교대근무시키는 가게 주인들의 ‘불황 건너뛰기’ 비법을 들어봤다.

▽밤 손님 잡으려 24시간 문 연다=경기 부천에서 24시간 김밥전문점을 운영하는 조영일씨(30·맛밥김밥 운영)는 8년 동안 해오던 옷 가게를 접고 8개월 전 1000원짜리 김밥집을 열었다. 옷 가게 사업이 호황일 때는 낮 시간만 일해도 수입이 짭짤했지만, 불황 때문에 몸은 좀 힘들더라도 수익이 나는 업종을 찾았던 것.

옷 가게가 있던 자리를 음식점으로 바꾸면서 주변 상권이 야간에도 형성된다는 점을 최대한 살렸다.

낮에는 출퇴근 시간이나 중간에 간식을 찾는 손님들이 드나들고, 밤 시간대에는 야간 근무자나 취객들이 출출한 속을 채우려고 많이 찾아 옷가게가 잘 되던 때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종업원 7명을 데리고 주간에 4명, 야간에 3명을 배정해 12시간씩 근무시켰는데, 조씨 자신도 음식점 경험이 없는 데다 종업원들도 서툴러 고전을 면치 못했다. 24시간 영업점이다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자기 일쑤.

“영업시간 내내 주인이 지키지 못하는 특성상 종업원이 자기 일처럼 가게 일에 신경을 쓰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요소더군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종업원들과 인간적인 대화를 나눴고, 불만 사항은 신속히 처리해주는 등 ‘내부고객’에게 최선을 다했더니 자리가 잡히더군요.”

지금은 오전 9시에 나와서 오후 2시에 귀가했다가 오후 9시에 출근해 새벽 2시에 퇴근 하는 등 하루 2번 매장에서 일한다. 월 수익은 900만원쯤 된다는 귀띔.

24시간 영업점의 증가는 베이비시터 업체 매출변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몬테소리 베이비시터의 정봉주 사장(43)은 “올해 들어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아이들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늘었다”며 “고객들 대부분이 밤 시간대 손님을 맞으려고 문을 여는 식당이나 미용실 주인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덕분에 베이비시터 업체도 ‘시간파괴’ 영업을 하는 셈이 됐다.

▽술, 1잔씩 판다=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송춘희씨(38)는 400원짜리 잔술, 7000원짜리 회 안주 등 값싸 보이는 메뉴로 덕을 본 사례. 1970∼80년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씩 팔거나 반병씩 팔던 것처럼 누구든지 원하는 양만큼 먹을 수 있도록 안주와 술을 쪼개 팔고 있다.

그래도 실내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도움을 받아 세련되게 꾸몄다. 깔끔한 집에서 적당한 양의 술과 안주로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싶은 젊은 직장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송씨는 “싼 메뉴가 많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효과 때문인지 1인당 평균 소비금액은 일반 주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값싼 미끼 메뉴 개발도 활발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낙지요리전문점 ‘세발낙지’ 집(대표 김정욱)은 2000원짜리 점심 백반 메뉴로 손님 끄는 재미를 누렸다. 건강에 이롭다는 허깨나무 물에 밥을 말아 먹는 이색 메뉴를 개발한 것. 이 집 주인은 “값이 싸지만 밑반찬이 허술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손익계산과 품질 유지 중요=영업시간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데는 조심할 점이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야간에 유동인구가 없는 지역의 점포는 매출은 오르지 않고 비용만 더 들 수 있으므로 영업시간을 연장하기 전에 손익계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 최소한 다른 업종의 24시간 영업 점포가 있거나 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 24시간 영업에 유리한 외식업으로는 감자탕이나 콩나물국밥, 해장국전문점, 가격파괴 중국집, 분식집을 들었고, PC방이나 DVD방 등도 도전해 볼만한 업종으로 꼽았다.

24시간 영업의 가장 큰 애로점은 인력관리인만큼 교체 인력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파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질을 일정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 자칫 품질을 떨어뜨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 소장은 “전체 가격을 균일하게 내리는 것보다는 상품별로 또는 시간대별로 가격을 할인,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주인이 더 열심히 몸을 움직여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을 택해야지 재료비를 줄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성공 포인트 ▼

1. 심야에는 더욱 친절한 서비스를 보여 고객의 입소문을 타야 한다.

2. 심야에 눈에 잘 띄도록 간판과 실내외 조명에 각별히 신경쓸 것.

3. 가족적인 분위기로 종업원들의 장기 근무 유도.

4. 야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얻는다.

5. 가격파괴 상품이라도 품질을 유지해 고객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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