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벌 총수 전횡 심하다"

  • 입력 2003년 9월 21일 16시 08분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자규제)가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외부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며 '출자규제 절대 사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21일 발표한 '시장개혁 추진을 위한 평가지표 개발 및 측정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들은 실제 보유지분보다 5~6배나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유권과 지배권간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출자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며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추천하는 등 총수를 견제할 내부 통제 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제시됐다.

이 보고서는 공정위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만든 것으로 18일 재정경제부가 공개한 용역 보고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KDI 보고서는 37개 대기업 총수가 직·간접으로 갖고 있는 지분의 총량인 현금흐름권(소유권)의 지배권(의결권)간 괴리도가 18.6%포인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총수들이 실제 보유지분보다 5~6배의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뜻한다.

보고서는 또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95%가 임원 임용이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69%에 머물렀지만 의안(議案) 찬성률은 99%에 달해 총수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제가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출자규제를 유지해 총수가 자신의 부담 없이 계열사간 출자를 늘려 지배권을 확대하는 행태를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외이사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독립된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을 추천 △집중투표제 확대 △총수가 CEO나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때 별도의 사외이사 임명 등의 조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당국자는 "출자규제는 폐지를 전제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KDI 보고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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