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약발' 의외로 미미…"결국 실적 성적표로 말해야"

  • 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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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持株)회사로 전환하거나 전환 계획을 밝힌 기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유행처럼 번지는 지주회사로의 전환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주회사 체제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그 영향이 가시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로 ‘바꿔 바꿔’=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18일 “앞으로 3년 안에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안정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간은 2년 정도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수그룹도 올해 안에 이수건설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제를 도입하겠다고 6월 밝힌 상태다.

풀무원과 농심홀딩스는 이미 체제 개편을 마무리 짓고 지주회사 활동을 시작했다. 동원금융지주로 변신한 동원증권도 7월 말 거래소에 재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의외로 지지부진한 주가=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의 주가는 지금까지 뚜렷한 공통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은행이 아닌 증권사 중심의 지주회사를 세워 관심을 모았던 동원금융지주의 주가는 초기 ‘반짝 상승’을 제외하고는 두 달간 제자리걸음이다. 농심홀딩스 역시 가치투자를 해온 외국계 자산운용사 ‘노이버거앤드버먼’사(社)가 주식을 대량 사들였을 때만 꿈틀했을 뿐 움직임이 없다.

반면 올해 가장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한 ㈜LG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애널리스트들은 불확실한 변수였던 LG그룹의 기업지배구조 위험이 해소되면서 증시가 화답해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변화의 영향이 가시화될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었고, 외신들이 최근 LG의 지주회사 전환을 성공적이라고 보도하는 등 해외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주회사 전환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의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일 뿐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아니다”며 “그 효과는 결국 자회사들이 사업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검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순수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자체 사업 분야 없이 자회사의 실적과 배당에만 의존하기 때문. 직접적인 활동이 없어 7월 말 상장 이후 주가 상승의 뚜렷한 계기를 찾지 못했다.

섬유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코오롱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놓지 못한 이유도 결국은 실적이다. 체제 개편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올해 코오롱의 사업 ‘성적표’는 악화될 전망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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