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쇼크]정부-한은, 마땅한 대응카드 없어 고민

  • 입력 2003년 9월 22일 17시 43분


원화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이 올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암초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가 마땅치 않아 시장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권태신(權泰信)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은 22일(현지시간) “경제성장률도 낮고 주가도 떨어지는 등 기본 여건이 나쁜데 유독 원화가치가 절상되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정책관은 “정부로서는 적절한 상황대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국내 상황을 긴밀히 파악해 대책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 재경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 현재 사용한도가 2조8000억원가량 남아 있어 외환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있다고 정부측은 설명한다.

여기에 필요할 경우 외평채 한도 자체를 높이고, 한국은행을 동원하면 일정 선까지는 환율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는 이미 올 들어 6조2000억원을 외환시장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원화 환율이 3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만큼 외평채 추가 투입이 약발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재경부가 22일 “외평채를 동원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환율 급락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금융당국인 한국은행의 고민도 마찬가지. 한은은 이미 올 들어 두 차례나 콜금리를 인하한 까닭에 금리 조절을 통한 환율 조정은 어렵다는 견해다.

한은 당국자는 “콜금리가 3.75%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또다시 금리를 내릴 경우 부동산 시장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한은은 아직까지 뚜렷한 환율 방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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