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수직하락(원화가치 급상승)으로 수출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수출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중소 수출기업은 수출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채산성 악화는 물론이고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물량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도 1100원 수준까지 떨어지면 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반면 철강 정유 항공 해운 등 외화 부채가 많고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업종은 원화 강세를 내심 반기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이르고 있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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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올 상반기 내수시장 침체를 수출로 버텨온 자동차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를 반영해 22일 자동차 관련주가 급락했다.
현대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50% 이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영업상)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이 각각 2%와 3%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시장의 수요가 살아나면서 구매자에게 주는 판촉용 보조금이 상반기보다 줄어드는 것은 이같은 부담을 상쇄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우증권의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9월부터 일부 차종의 무이자할부가 줄어드는 등 판매조건이 크게 좋아지고 있어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막강 전자업계도 긴장=삼성전자는 “올해 경영계획을 연평균 환율 1100원으로 가정해 세웠기 때문에 아직 비상계획을 수립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율이 1200원에서 1100원으로 100원 떨어지면 연간 매출은 1조∼1조5000억원 줄어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국인 일본의 엔-달러 환율도 함께 떨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환율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위험회피비율(Hedge Ratio)을 10%에서 15% 이상으로 늘릴 것을 고려 중이다. 수출입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환율 전망도 최근 한 달 단위에서 하루 단위로 바꿨다.
▽달러당 1150원 아래선 85%가 적자?=무역협회가 수출기업 208개를 조사한 결과 1150원 아래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업은 15.0%에 불과했다. 1170원 이상이 돼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기업이 무려 64.7%.
무역연구소 신승관 박사는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의류 직물 등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채산성 악화와 수출물량 감소로 수출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바스프(BASF) 장용배 이사도 “수출지역이 중국과 동남아여서 원화가치 급등으로 수출경쟁력 약화와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원화가치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비용절감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정유업계는 여유=철강업계는 외화 부채가 많고 원재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을 내심 반기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철강석과 코크스 등을 합쳐 원료 수입 규모가 연간 35억달러에 이른다. 환율이 떨어지는 만큼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더욱이 엔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면 중장기적으로 일본제품을 중심으로 국제 철강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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