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보험 정보연계 사업은 이들 보험을 각각 관리하는 4개 공단 중 1개 기관이나 인터넷상의 ‘4대 보험 토털 서비스 사이트’에 가입사항 등을 신고하면 자동으로 해당 보험에 접수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잘만 운영되면 사업주나 일반 국민이 4개 공단을 모두 방문해 서로 다른 서류를 접수시켜야 하는 불편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업무 표준화 안돼 예산만 낭비 ▼
그러나 감사원 지적대로, 이 사업은 인적사항 관리 외에는 업무 표준화가 안돼 통합전산망 구축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맥락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이 사업이 4대 보험 행정업무 효율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느냐는 점이다. 지금 대부분의 근로자는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돼 있다. 그러나 4대 보험은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의 종류와 기준이 일치하지 않으며 가입 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동일한 사람을 각기 다른 사회보험공단이 분산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행정절차가 복잡해지고, 인건비 등 관리운영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난 정권에서 총리실 산하에 ‘4대 보험 통합추진기획단’을 만들어 4대 보험의 보험료 부과기준 표준화, 보험료 징수 및 자격관리 기능의 일원화를 논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관련 부처의 ‘이기주의’로 흐지부지됐다. 최소한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4대 보험 정보연계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을 재검토한다면 이 같은 당초의 취지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따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라는 관점에서 이 사업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은 양적으로는 급팽창을 계속하고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있는 자’를 보호하고 ‘없는 자’는 보호하지 못하는 ‘거꾸로 된’ 사회보험으로 가고 있다.
국민연금에는 약 650만명의 국민이 제외돼 있다. 건강보험은 3개월 이상 보험료 장기 연체자가 150만가구에 이른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역시 300만∼500만명의 근로자가 보험에서 제외되어 있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이 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반복 실업 상태에 있는 불완전 고용층 등이다.
이 점에서 4대 보험 업무를 행정적으로 통합하자는 요구는 서민층을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정부도 4대 보험 정보연계사업을 시행하면서 ‘보험간 누락 사업장 또는 누락 가입자 방지’를 그 기대효과로 내세우는 등 이 사업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목적도 담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사업 시행 결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가 축소됐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비록 문제가 드러나긴 했지만, 4대 보험 정보연계사업은 포기돼선 안 된다. 확실한 보완책을 세워 오히려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 ‘혜택 사각지대 해소’ 취지 살려야 ▼
감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정부는 우선 4대 보험의 보험료 부과 소득기준, 자격관리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더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
또 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 근로자와 소규모 자영업자를 한 기관에서 통합 관리하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들 업무가 3개 공단으로 분산된 체계로는 사회보험행정의 효율성도 달성하기 어렵고 사각지대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이관하고, 각 공단은 대국민 서비스 업무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공단 자체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업무 표준화를 통한 행정 효율화,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라는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갖고 4대 보험 통합관리시스템을 재검토할 때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생산적으로 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