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환율전쟁’ 본격화되나=미국 워싱턴에서 22, 23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연구소(IIE) 소장이 “중국 위안화 가치가 25% 평가절상되는 것이 좋으며 이렇게 되면 한국 통화도 10% 정도 평가절상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비록 미국 재계의 공식요구는 아니었지만 미 정부와 경제계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환율 공세’에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회복 속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미 정부는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중국과 일본에 대한 무역역조(逆調)를 개선하길 바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유로화 가치는 이미 충분히 평가절상된 상태여서 미국의 표적은 아시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G7 재무장관 회의의 성명에 이은 버그스텐 소장의 발언은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환율압박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회복 시기 더 늦춰질 수도=미국의 표적은 일단 중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한국도 환율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측이 거론한 것처럼 원-달러 환율이 현재보다 10% 하락(원화가치 상승)한다면 달러당 1100원대가 깨진다. 1150원을 기준으로 우리 돈이 10% 평가절상되면 달러당 원화 환율은 1035원, 1170원을 기준으로 하면 1053원이다.
메리츠증권의 고유선(高裕善)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의 모든 경제 분석은 원-달러 환율이 최저 1100원대는 지킬 것이라는 데 기초하고 있다”면서 “이런 최저 기준마저 깨질 경우 한국의 기업 가운데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화 환율이 10% 떨어지면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은 평균 5.1% 줄고 경상이익률도 3.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申민榮)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기가 바닥인 상태에서 외부적 요인으로 환율하락이 일어난다면 단기적으로 수출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이며 내년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지고 경기회복 시기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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