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축…기업 자금차입 급감

  • 입력 2003년 9월 24일 17시 48분


시중에 돈이 넘쳐 나지만 기업과 개인들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2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개인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3년 2·4분기(4∼6월) 중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2·4분기 중 금융거래 규모는 총 44조4000억원으로, 2000년 4·4분기(10∼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전 분기의 48조원에 비해서는 3조6000억원 감소했고, 전년 동기 98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기업은 설비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총 9조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전 분기의 34조200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 역시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은행 차입금의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주식 발행을 통한 직접 금융도 줄었다.

조성종(趙成種) 경제통계국장은 “일부 대기업들은 지난해 벌어놓은 수익으로 유동성이 충분한 데다 기업들 대부분의 설비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자금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4분기 중 개인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 자금 규모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대책의 영향으로 2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 분기 5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1999년 1·4분기(1∼3월) 8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이는 신용카드사 등 여신금융기관들이 여신회수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들은 은행으로부터 9조7000억원을 빌렸지만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는 오히려 5조5000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민간부문의 금융기관 차입이 줄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이 기업과 개인, 정부 등에 공급한 자금이 4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29조6000억원의 15%에 그쳤다.

조 국장은 “카드사의 자금 조달과 공급 기능이 급격하게 위축됐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줄어들면서 금융거래가 급감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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