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핵은 소버린자산운용. 4월 SK㈜의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소버린은 26일부터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 등 소수주주권한을 갖게 된다. 증권거래법에 따라 주식 취득 6개월 후 최대주주로서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된 것.
소버린의 국내 자문사인 라자드 아시아 서울사무소 권오기 대표는 24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최태원 회장이 경영진으로 복귀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SK㈜ 이사회가 SK네트웍스에 대해 지원을 결의할 경우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강력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SK㈜가 갖고 있는 SK네트웍스 외상매출금 8500억원을 10월말 SK네트웍스의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겠다고 채권단에 약속한 상태.
소버린은 임시주총에서 최태원 회장 등 현 이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침해했으므로 최 회장과 손길승 그룹 회장 등 사내이사 교체를 요구할 것임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겉으로 드러난 양측의 입장만을 보면 해결책은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길 밖에 없다. SK㈜는 물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둘러싼 충돌이 일어나는 것.
그러나 재계나 금융계에서는 표 대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극한상황으로 가기에는 양측 모두 부담이 많아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소버린 입장에서 임시주총에서 이사 해임안을 통과시키기 쉽지 않다. ‘전체 주주의 절반 이상 참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은 최대주주인 소버린으로서도 자신하기 어렵다.
소버린측은 전기통신사업법상 SK㈜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외국계 펀드나 국내 소액주주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 승리를 확신할 정도의 동조 세력을 모으지 못한 상태.
SK도 표 대결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룹 관련주는 다 모아봐야 13.47%로 소버린의 지분에도 못 미친다. 자사주를 계열사나 우호세력에 파는 방법도 모색해봤지만 자금 사정이 여유있는 계열사도 없고 백기사를 자처하는 우호세력도 없는 상태.
또 백기사 확보는 후유증이 많기 때문에 소버린이 표 대결로 압박해 올 경우에 사용할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다.
양측의 이런 상황 때문에 SK와 소버린측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금융계의 관측.
SK측이 상징적인 의미에서 한두 명의 이사를 해임하고 소버린이 추천하는 이사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통상 외국계 펀드는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와 감사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SK측이 최고 요직인 CFO 자리를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M증권의 한 고위 임원은 “일단 소버린측이 임시주총을 요구, SK를 압박하면서 물밑접촉을 통해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양측 모두 ‘타협과 전쟁’이라는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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