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갈아타는' 외국인-개인…경기방어주 vs 대형주 사들여

  • 입력 2003년 9월 24일 18시 05분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 정보기술(IT)주나 수출주 등 경기민감주에서 경기방어주로 이동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반면 증시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는 개인은 외국인들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1771억원의 순매수로 외국인의 순매도에 맞선 개인들은 24일도 ‘사자’를 유지하며 경기민감주 매물을 상당부분 받아냈다. 어느 쪽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외국인 포트폴리오는 변신 중=외국인이 매수 강도가 약해진 15일부터 23일까지 매입한 주식을 살펴보면 한국전력이 가장 많았고 이어 KT SK텔레콤 강원랜드 등의 순이었다. 증시의 최대 ‘스타’로 떠오른 한전은 최근 한 달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사들인 상위 30종목 안에는 CJ와 KT&G, 농심, 태평양 등 내수주가 포함됐다. 9월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 비중이 큰 대형 우량주를 주로 사들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통신주와 유틸리티주 등은 경기에 둔감한 필수소비재이고 주가 변동성이 작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기민감주가 뻗어 오르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돼 가격 부담도 적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로 주가 상승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관련 종목의 기업분석 보고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동원증권은 24일 한국가스공사에 대해 “성장성, 안정성, 고배당의 조건을 갖춘 진정한 경기방어주”라며 ‘매수’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수익성 높은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고, 수익구조도 안정적이라는 것. 외국인들은 전날 증시에서 2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도 한국가스공사 주식은 42억7200만원어치 사들였다.

한전의 경우 환율, 유가 하락이 연료비 절감과 외화부채 감소로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와 ING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도 목표 주가를 높였다.

▽개인들은 힘 빠진 과거 인기주로 역류=개인은 15일 이후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LG전자, 현대차 등 경기민감형 종목들을 순매수했다. 강한 상승세에 욕심이 나면서도 가격 부담 때문에 사지 못했던 대형 우량주가 하락한 틈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들 주가가 최근 고점으로 원위치,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느냐는 것. 외국인의 순매도가 계속되고 환율 하락으로 수출이 위축된다면 개인들은 상투를 잡을 위험도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이 아직 유효해 대형 우량주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경기민감주가 주춤거리는 것은 경기 상승 기대감이 꺾였다기보다 가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주도주가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성급하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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