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당국자는 “사업성 덧칠하기를 위해 건설교통부는 비용을 줄였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효과를 과장했다”며 “부실한 용역결과를 만드는 데 두 기관이 합작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사업성이 기준치인 1에 못 미치는 0.76∼0.93에 불과한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성 있다(지수 1.28)”는 결론으로 짜 맞춰졌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비용은 낮추고, 효과는 키워라=건교부는 민간사업자가 산출한 총사업비 2조2447억원을 실무자 임의대로 1조9770억원으로 줄인 보고서를 지난해 3월 KDI에 넘겼다. 이를 토대로 KDI가 ‘사업성 없음(경제성 지수 0.81)’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리자 건교부는 지난해 8월 12개 평가항목을 새로 만들어 KDI측에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KDI의 2차 평가 지수는 0.99로 올라갔다.
KDI는 이후에도 건교부의 요청에 따라 운하건설 과정에서 파 낸 흙을 다른 용도에 쓸 때 생기는 이익을 늘리고, 운하건설에 따른 화물수송비 절감 규모를 늘렸다. 그 결과 경제성 지수는 1.28로 뛰어올랐다.
▽주먹구구 계산=감사원은 “경인운하가 설사 완공되더라도, 현재 건설된 귤현대교에 컨테이너선의 굴뚝이 걸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빚어진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99년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귤현대교를 건설하면서 ‘다리 밑을 지나갈 선박을 고려한 다리의 수면 위 최소높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건교부는 15.5m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귤현대교는 수면 위 16.8m로 지어졌다.
경인운하가 경제성을 갖기 위해선 2500t급 컨테이너선의 운항이 필수적이다. 이 컨테이너선의 높이는 수면 위 17.6m여서 귤현대교를 통과할 수 없다. 불어나는 유량과 파도 등을 고려하면 다리의 수면 위 높이가 최소 21.5m가 되어야 컨테이너선이 안전히 다리 밑을 통과할 수 있다.
감사원측은 “건교부가 다리의 수면 위 최소 높이를 잘못 가르쳐 주는 바람에 컨테이너선 굴뚝과 조타실이 다리에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