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22일 환율 쇼크(원-달러 환율 급락)로 33포인트 폭락한 데 이어 25일엔 오일쇼크(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장중 한때 700선이 무너지는 등 휘청거렸다.
최근 주가 하락은 환율 충격에 이은 국제유가 상승이 가뜩이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정국면이 좀 더 길어질 것 같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오일쇼크와 주가 급락=25일 주가 급락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업의 채산성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이다. 24일 미국 증시도 ‘오일쇼크’ 여파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에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수출주와 LG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유화업체, 대한항공과 현대상선 등 운송업체의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이번에도 과잉반응 아니냐’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장중 한때 699선까지 폭락한 종합주가지수도 713으로 장을 마감, 하락폭을 많이 만회하는 모습이었다.
김석규 B&F투자자문 사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결정은 앞으로 원유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유가 폭락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조치적 성격이 커 추세적인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훈 JP모건증권 전무는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매수세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주가조정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유가 상승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재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조정이 예상되는 시점에 ‘환율 급락과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가 맞물리면서 시장에 던진 심리적 충격은 의외로 컸다는 분석이다.
▽환율충격의 여진(餘震)이 더 크다=시장에선 유가 상승보다는 추세적인 환율 하락 걱정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 사장은 “내수와 투자는 당장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직 믿을 곳은 수출뿐이다. 원화강세로 수출마저 타격을 입으면 경기회복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떨어지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기업들도 이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환율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당기간 환율쇼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수출기업 타격→내수침체 지속’의 악순환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도=대외악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6개월간 이어진 상승세 이후에 나오는 조정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얼마만큼 빨라지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 발표될 미국경기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주가 급락으로 개인과 기관 등 국내 투자자금이 들어갈 개연성이 커졌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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