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요타 사장의 '무분규50년비결' 강의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0분


오기소 이치로 사장
오기소 이치로 사장
“‘50년 무(無)분규’라는 일본 도요타 수준의 노사협력을 곧바로 따라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습니다. 차근차근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국도요타자동차 오기소 이치로(小木曾一朗) 사장이 26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인들을 상대로 노사관계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도요타는 2002년 회계연도에 1조4000억엔(약 14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경상이익을 냈지만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노조가 먼저 임금동결을 제의할 만큼 노사관계가 좋은 기업.

오기소 사장은 먼저 경영진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노조는 경영진을 비추는 거울이다”면서 “경영진이 잘하면 노조도 잘하게 되며, 경영진의 꾸준한 노력 없이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기소 사장은 “일본 도요타도 1949년 도산위기를 맞아 인원을 25% 감축하면서 격렬한 노사분규를 겪었다”고 소개한 뒤 “도요타 노사는 이런 경험을 통해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회사가 재정적으로 건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경영참여와 관련해 “노조가 경영에 관여하게 되면 참여정도가 아무리 제한적이라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며 “도요타 노조는 (경영참여 대신) 회사의 활동을 점검하고 여러 통로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기소 사장은 도요타도 해외 공장에서는 종종 노사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해외 공장에서는) 일부 노조전임자들이 노조간부직만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옳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자신들의 재선을 위해 노조원들의 요구만 관철시키려고 합니다. 일본 밖에서 도요타 방식을 확산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 교육을 받고 귀국해 도요타 철학을 실천하려고 하면 다른 근로자들로부터 “일본에서 세뇌교육을 받았다”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

그는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아직 미성숙한 부분이 있지만 건전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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