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5.7%에서 4.1%(4월)→3.1%(7월)로 낮아졌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최근 태풍 ‘매미’등의 영향으로2%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씨티그룹은 이미 6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4%에서 2.2%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이처럼 경제전망치가 급락(急落)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경제전망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제목 | |
내생적 | 외생적 |
통화 및 신용 자본의 한계생산성 (케인스의 시각) 가계 및 기업의 소비 및 투자 (새뮤얼슨의 시각) | 기대심리 기술혁신 공급 쇼크-유가(油價) 인상 정치-재정 규모 조절 대외 경제 농산물 작황 가격변동- 환율 변동 |
▽가계소비 경착륙이 핵심원인=올해 성장 전망치가 낮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무엇보다 가계소비가 급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씨티그룹 오석태(吳碩泰)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대출이 ‘경착륙’할 것을 전제로 경제전망을 한 이코노미스트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급증한 가계신용이 올해도 서서히 늘어나는 수준으로 조정될 것을 전제로 각 기관이 연초에 전망을 했다는 것.
하지만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 잔액은 올 6월말 현재 28조원으로 작년 말보다 오히려 9조원 줄었다. 더구나 가계신용의 감축이 민간소비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경험적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도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투자결정 요인으로 수익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더 이상 시장선점(先占)을 목표로 투자를 결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
한국은행은 이렇게 소비와 투자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26일 외환위기 이후 변화한 한국경제구조에 맞는 새로운 경제전망 모형 개발팀을 편성했다.
▽경제전망 어떻게?=사전에 판단 가능한 ‘내생적 변수’로는 통화량 및 신용 규모 등이 꼽힌다. 판단이 어려운 ‘외생적 변수’는 경제행위자의 기대심리, 해외경제 동향, 농산물 작황 등이 있다.
문제는 현재 날씨가 더운지 추운지 알 수 있는 상태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날씨 전망과는 달리, 이런 변수들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모르고 과거 자료에 기초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 대한 많은 변수들은 가정(假定)에 기초한 것일 수밖에 없다. 한은 정규영(鄭圭泳) 부총재보는 “한은이 개발한 모형에 여러 가지 변수를 가정해 결과를 예측한다. 결과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 같으면 가정을 수정해 다시 결과를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 기관의 경제전망은 가급적 다른 기관과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있다.
매년 8월 미국연방은행(캔자스) 주관 연례 심포지엄에 참석하는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들에 대한 의견조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미국 주식시장 버블(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8월에 ‘지금이 버블인가’라는 질문에 40명 중 35명이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2002년 8월 연방기금금리(당시 1.75%)가 1%(2003년 9월 현재 수준)까지 하락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노(No)”였다.
경기 하락기에는 기업연구소나 투자은행들이 앞서서 성장치를 내리고 한은 등 공공기관이 약 3개월 간격으로 뒤를 좇는 것이 이제까지의 경험이다.
재정경제부 강호인(姜鎬人) 경제분석과장은 “재경부의 경제전망은 연구기관의 전망과는 달리 전망치에 당국의 의지가 합쳐진 것”이라며 “3·4분기(7∼9월)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3%대 성장’은 이제 확실히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 및 실적치(%, 괄호 안은 전망시기) | |||||
당초 | 1차 수정 | 2차 수정 | 3차 수정 | 실적치 | |
2000년 | 7.2 (99.12월) | 8.6 (4월) | 8.9 (7월) | 9.3 (12월) | 9.3 |
2001년 | 5.3 (00.12월) | 3.8 (6월) | 2.8 (12월) | - | 3.1 |
2002년 | 3.9 (01.12월) | 5.7 (4월) | 6.5 (7월) | 6.2 (12월) | 6.3 |
2003년 | 5.7 (02.12월) | 4.1 (4월) | 3.1 (7월) | - | ? |
자료:한국은행 |
김용기기자·국제정치경제학박사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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