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네덜란드 튤립’이다. 튤립은 터키가 원산지로 뿌리만 보면 양파와 다를 바 없는 백합과의 구근초(球根草)이다. 꽃말은 아름다운 꽃 모양에 잘 어울리는 ‘사랑의 고백’과 ‘매혹’이다.
그런 튤립이 경제학계에서는 투기라는 단어와 한 묶음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한 시대를 풍미한 투기상품이었기 때문이다.
1630년대 튤립은 터키문화를 상징하는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유럽 귀족, 특히 네덜란드인들의 열광적인 구애를 받는다. 이후 튤립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해 한때 황소 1000마리로 튤립 뿌리 40개를 살 정도가 됐다.
이쯤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튤립에 매달린다. 귀족은 물론 농부 기술자 선원 시녀 시종 굴뚝청소부까지 튤립 투기에 손을 댔다. 일부는 튤립을 사 모으느라 집과 농장을 팔기도 했다.
하지만 1637년 파국이 시작됐다. 불안을 느낀 일부 투자자가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 1637년 1월 한 달 동안 20배 이상 올랐던 튤립값이 2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것. 하루 만에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후 파산자가 속출했고 네덜란드는 유례없는 경제 공황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이유로 1600년대 중반 네덜란드 화가들은 튤립을 사치와 사악함, 흥청거림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강남지역 아파트를 튤립에 비유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최근 강남지역 주택 매입자의 70% 정도가 지방 거주자라고 한다. 대기수요자도 지방거주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 한국에서 서울 강남지역을 대체할 만큼 뛰어난 주거환경을 갖춘 곳을 꼽으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남지역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강남지역 집값 상승의 핵심요인 가운데 하나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그동안 강남집값 안정을 위해 발표했던 각종 재건축 규제들이 법령 정비 과정을 끝내고 이제 하나둘씩 시장에서 작동되고 있다. 이는 곧 강남지역의 투자매력이 빛을 잃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부터라도 현명한 부동산투자자라면 네덜란드 튤립의 교훈을 되새겨볼 때다.
황재성 경제부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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