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박병엽부회장 "기계-IT 접목시켜 새영역 개척"

  • 입력 2003년 9월 29일 17시 38분


‘삐삐 제조 벤처기업에서 휴대전화 중견그룹으로, 다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첨단기계산업) 전문기업으로….’

‘불패(不敗) 경영 신화’를 자랑하는 박병엽(朴炳燁·사진) 팬택 부회장의 거듭되는 도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거느린 휴대전화 중견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박 부회장이 이번에는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통한 전통 제조업 진출 의사를 밝혔기 때문.

박 부회장은 29일 “기계산업과 무선통신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을 위해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공식으로 밝혔다. 그는 “인수 자금은 팬택 계열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개인출자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박 부회장의 이번 도전은 휴대전화기를 통해 번 돈을 전통 제조업의 첨단화에 재투자, 한국 제조업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구상. “제조업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며 제조업도 진화해야한다”는 소신을 반영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보기술(IT)이 전통 산업과 결합하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엄청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모든 기계 및 전자 장치가 지능을 갖추는 메카트로닉스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우종합기계는 산업 및 건설 기계 등을 만드는 중공업 업체라는 점에서 휴대전화 분야에만 주력해온 박 부회장의 인수 추진은 다소 모험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 대우종합기계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 규모로 35%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만 산술적으로 4000억원 정도가 필요해 팬택 계열에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체들과의 인수 경쟁 등 앞으로도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은 상황.

하지만 업계에서는 말단 영업사원에서 기업가로 변신해 12년 만에 거대 상장기업 두 곳을 키워낸 박 부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주목하고 있다. 1991년 퇴직금과 아파트를 처분한 돈 4000만원으로 창업했던 그는 최근 팬택앤큐리텔의 상장을 통해 3000억원대의 자산가로 등장했다.

박 부회장은 “회사 소유가 목적이 아니므로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30∼35%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박병엽 부회장은 누구? ▼

1962년 서울 출생

1980년 중동고등학교 졸업

1985년 호서대학교 졸업

1991∼2000년 팬택 대표이사 사장

2000년 2월∼현재 팬택 대표이사 부회장

2001년 12월 현대큐리텔 공동 대표이사

2002년 8월∼현재 팬택앤큐리텔 대표이사 부회장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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