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증시 대부분이 18일 고점을 친 이후 지지부진한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다. 29일 한국 증시도 하락세로 마감, 사흘 연속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세계 증시는 지금 조정 중=29일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0.86% 떨어진 1만229엔으로 마감, 약보합에 머물렀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최근 일주일간(19∼26일) 5.7% 급락하는 등 14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보였다. 한동안 상승 랠리를 이어왔지만 ‘유가와 환율쇼크’, 홋카이도 지진 등이 겹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이날 0.12%, 홍콩 항셍지수는 0.93% 하락했다. 유럽에선 독일 DAX지수가 지난주 7.1%나 떨어져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했다.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증시의 최근 주가동향도 심상치 않다. 조정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6% 급락해 올해 주간 단위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S&P500지수는 3.8% 떨어지며 1,000선 밑으로 주저앉았고 다우존스지수 역시 단기 지지선(9,400)을 깨뜨렸다.
미국 미시간대의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기지표가 예상치를 밑돌고 유가 상승 우려감 등이 겹치면서 주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가 6개월 연속 상승한 뒤 예견됐던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올 초부터 26일까지 35% 올라 가격 부담이 높아진 상태다.
▽언제까지 얼마나?=조정의 폭과 기간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많은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상승 기조가 아직 안 꺾였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정을 거친 후 직전 고점을 뚫어내지 못하면 회복궤도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미국 주요 기업들의 3·4분기(7∼9월) 실적 예상치가 조금씩 올라가고 유가 상승세도 진정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직전 최고점을 다시 뚫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올해 말까지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증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상승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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