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7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4기가 데이터저장(NAND)형 플래시메모리 개발로 삼성전자는 PC 시장에 의존했던 메모리 수요처를 모바일 분야로 획기적으로 넓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과 도시바 등 경쟁사와의 나노미터 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황창규(黃昌圭) 사장은 29일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PC 의존도가 현재는 80% 수준이지만 2006년이 되면 통신과 모바일 분야 의존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70nm 제품 개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4기가 제품 개발로 소용량 하드디스크나 디지털캠코더의 테이프가 메모리로 대체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 70nm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같은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칩의 숫자가 전단계인 90나노 칩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70nm 기술로 만든 8기가바이트 메모리 카드에는 8시간짜리 영화를 담을 수 있다. MP3파일로는 2000곡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이래 1년 6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로 늘어난다는 기존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00년 512메가 제품을 개발한데 이어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등을 거쳐 이번에 4기가 제품을 개발, 해마다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를 두 배씩 높여왔다.
이날 함께 발표된 퓨전메모리(메모리와 연산기능을 합쳐 만든 플래시메모리) 양산도 모바일용 메모리를 확대한다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의 512메가 퓨전메모리는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통합한 제품으로 읽는 속도가 빠른 코드저장(NOR)형 플래시메모리와 저장 용량이 큰 NAND형 플래시메모리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퓨전메모리가 주력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 사장은 “NAND 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올해 30억달러에서 2007년이면 160억달러로 연평균 5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시장 상황에 부응하기 위해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선행해서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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