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미터(nm) 초미세 공정으로 집적도를 높인 대용량 제품이 등장하면서 디지털카메라나 모바일기기용 플래시메모리 수요가 급증,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 세계 D램 시장의 40%, 플래시메모리(NAND형)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유리해져 국내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주력 제품 판도가 바뀐다=플래시메모리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단말기용 저장장치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활력소로 떠올랐다.
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플래시메모리는 공급이 달려 전체 수요의 40%밖에는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주력 제품이 D램에서 플래시메모리로 바뀔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램 생산 비중을 50%로 줄이면서 플래시메모리 등 비(非) D램 제품 비중을 늘려 올해 메모리 사업에서만 3조원 정도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불붙은 고부가가치 반도체 개발 경쟁=반도체 산업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도 공급 물량을 줄일 수 없어 제품 가격은 크게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체들은 이에 따른 대안으로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남들과 똑같은 제품보다는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시장 생존력을 높인다는 전략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공급과잉 상태의 D램 제품의 감산효과를 불러 D램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에 생산라인의 70%가 생산성이 높은 나노공정으로 전환되면 생산원가 경쟁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인피니언은 수익성이 좋지 않은 D램 대신 스마트카드칩과 통신장비칩 등 비메모리 사업을 확대해 올 상반기 실적을 전년 대비 29.3%나 끌어올렸다.
▽올해 두 자릿수 성장=반도체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노력에 힘입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분야 시장조사 전문업체 세미코리서치는 1일 세계 반도체 시장의 올해 성장률이 13.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퀘스트도 당초 8.3%로 예상했던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최근 11.2%로 높였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요 수출 품목인 D램 시장의 전망도 밝아졌다.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8.3% 늘어나 전체 시장은 16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반도체 경기도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업체의 반도체 생산액은 4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재고액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내년에는 삼성전자의 투자가 30% 이상 증가하고, 하이닉스반도체도 투자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반도체 산업의 본격적인 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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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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