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알면 돈이 보인다]<1>“신설도로-전철에 눈을 뜨라”

  • 입력 2003년 10월 5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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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건축 아파트 규제로 서울 강남권 일대 재건축 아파트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 400조원에 이르는 풍부한 유동자금은 부동산 시장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통망 사업에 눈을 뜨라고 지적한다. 신설되는 광역도로망이나 지하철, 고속철 등 교통망 투자에 남들보다 반 발짝만 앞서도 내 집 마련과 자산 증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 본보 부동산팀은 부동산전문 월간지 ‘부동산뱅크’와 함께 매주 월요일자 부동산면에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 교통망 사업과 주변 부동산, 지역 발전 전망 등을 10회에 걸쳐 집중 소개한다.》

신설 교통망과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의 함수는 ‘계단식 정비례’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교통망 사업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것.

교통망 개선 계획이 발표되면 땅값이나 인근 집값이 한 차례 뛰었다가 착공에 들어가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또 한 차례 오르고, 개통 시점에 다시 한번 상승하는 식이다.

교통망 확충이 곧바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반영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자들의 ‘인내’가 필요한 상품인 셈이다.

▽신설 교통망이 부동산 가격에 주는 효과=착공 11년만에 최근 완전 개통한 서해안고속도로를 예로 들어보자. 인천에서 목포까지 총 353km에 이르는 이 도로는 그동안 교통여건이 좋지 않아 소외 받았던 서해안 지역을 서울 등 수도권과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시키면서 단숨에 유망 투자지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평택은 고속도로와 345번 지방도, 38번 국도가 연결되면서 이전까지 거래조차 이뤄지지 않던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평택 포승에서 아산만으로 연결되는 지역은 고속도로 개통 전만해도 30만원대에 머물렀으나 개통 직후 180만원까지 치솟았다.

주변 아파트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2001년 9월 이후 현재까지 평택지역 아파트 값 상승률은 64.8%로 △부천(89.2%) △광명(88.5%) △과천(75.6%)의 뒤를 잇고 있다.

지역개발이 지하철 개통과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는 배 이상이 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있는 유원, 대우, 선경시영 아파트는 지하철 6호선이 개통되면서 값이 뛰기 시작했고 상암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가격 상승에 탄력을 받고 있다. 유원시영 25평형은 6호선 개통 전인 2001년 말 당시 1억5000만∼1억6000만원 대였으나 현재는 2억5000만∼2억7000만원을 웃돌아 상승률이 70%에 이른다.

같은 기간 마포구 내 아파트 가격이 50%가량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지하철 개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강남과 강서를 잇는 지하철9호선은 아직 공사 중이지만 강서구 일대 아파트도 연일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새로 뚫리는 도로와 전철에 주목하라=건설교통부는 작년 1월 ‘광역교통망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광역교통망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 중 하나인 ‘수도권 북부 교통망 계획’을 추가로 선보였다. 아직 계획 단계이기는 하지만 벌써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은 술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부분 개통되는 경부고속철도와 사업을 추진 중인 호남고속철도 주변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여기에 건교부가 판교 김포 파주 등 신도시 개발을 앞두고 사전에 교통망을 대폭 확충할 예정이고 지방자치체별로도 자체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투자시 유의점=교통망이 곧바로 부동산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통망이 갖춰지기까지는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일단 부동산을 매입하면 쉽게 처분하기 힘들다. 그만큼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의미.

특히 땅 개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것도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이다. 국내에는 모두 112개의 법률이 땅 개발을 규제하고 있으며 개발행위 제한을 위해 지정한 지역·지구도 315개나 된다. 상황이 이런 만큼 땅을 매입하기 전에는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등을 떼보고 반드시 해당 관청에 개발가능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

부동산뱅크 윤진섭 팀장은 “토지 투자에는 교통망 확충과 함께 지역개발 계획이 뒤따른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설 교통망 분석과 함께 발로 뛰는 현장답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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