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株 ‘환율쇼크’서 탈출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08분


환율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수출주’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대표적인 수출기업의 주가가 이달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환율의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환율하락 압력이 아시아 전체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데다 이로 인해 미국의 경기회복이 빨라지면 이득이 더 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댈 곳은 수출주뿐=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액은 172억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수출액(7억9000만달러)이 7억달러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무역수지 흑자는 올 연간 목표치인 8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내수 경기는 도소매업 판매액지수가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는 등 여전히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삼성전자 등 한국의 우량 수출기업은 기술 우위, 브랜드 인지도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환율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걱정은 과민반응?=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2001년 환율이 1300원대에서 계속 떨어졌으나 기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났고,88년과 95년 경기호황 때에도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업이익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98년 국내 수출경기와 환율변동 추이를 조사한 결과 원화환율이 떨어질 때 수출이 호조를 보인 반면 그 반대인 경우엔 수출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결국 환율문제는 ‘급락’상황만 펼쳐지지 않는다면 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환율하락보다 한국의 수출경기를 좌우하는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경기회복의 주도권은?=2001년 9·11테러 이후 세계 증시는 곤욕을 치렀지만 한국 증시는 2002년 4월까지 무려 100% 이상 급등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과 가계대출이 상승세의 기폭제가 됐다. 은행 카드 음식료 등 내수주가 증시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3년 4월 이후 이어진 상승세는 단연 정보기술(IT) 관련 수출주가 주도했다. 내수주는 2001년 ‘소비 거품’이 꺼지면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김석규 B&F투자자문사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의 회복추세가 하나 둘씩 검증되면서 아시아 유럽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국내 경기회복과 주가상승의 주도권은 여전히 수출주가 쥐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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