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장품인 ‘엔프라니’는 여성의 얼굴을 화면 가득히 채웠던 이전 화장품 광고의 패턴을 벗어 던졌다. 화면을 나눠 모델의 아름다움을 한껏 강조하면서도 상황까지 설명해주는 것.
‘15초의 미학’으로 불리는 TV 광고의 성패는 얼마나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곳에 모으느냐에 달려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광고는 온 화면을 할애해 메시지나 영상을 전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TV 광고에서도 화면을 나눠 시선을 분산시키는 ‘화면분할광고’가 크게 늘고 있다. 한 번에 하나의 장면을 내보낼 경우 오히려 심심하게 여기는 젊은 층의 눈길을 잡기 위한 시도다.
여성 화장품인 ‘에뛰드’는 최근 빅 모델인 송혜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지 않고 사랑고백을 하기 전 머뭇거리는 남자 친구의 모습을 함께 보여 준다. 광고대행사인 BBDO 기획3국 박현정 대리는 “상품과 모델을 부각하면서도 스토리가 있어 소비자들이 재미있어 한다”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더 오래 잡아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면분할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상황의 조합이 가능하고 진행이 역동적이라는 것. 또 정해진 광고시간을 두 배로 활용할 수 있어 복잡한 이야기나 설정을 쉽게 묘사할 수도 있다.
쌍용자동차의 렉스턴은 화면의 상단에선 모델이 어떤 차를 살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아래쪽에서는 렉스턴이 활주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카피처럼 ‘생각의 끝에 서 있는 차’가 렉스턴임을 강조한 것.
‘KT네스팟’은 두 남녀가 클럽파티에서 만나 무선초고속인터넷인 네스팟을 매개로 만나게 된다는 복잡한 이야기를 화면분할광고를 통해 쉽게 전달했다. 제일기획의 최준환 차장은 “동시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을 때 편리하다”며 “화면분할은 영상 미학이 뛰어나 광고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면분할광고의 가장 큰 단점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광고대행사 메이트의 쌍용자동차팀 차연수 부장은 “화면이 지나치게 분산되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인지 의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가 타깃인 광고에만 주로 사용된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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