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安徽)성의 성도(省都) 허페이(合肥)에서 만난 런하이선(任海深) 상무부성장은 요즘 외자 유치에 여념이 없다.
양쯔(揚子)강 삼각주의 주요 도시들인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등과는 고속도로로 3∼5시간 거리. 인구 6100만명. 양쯔강을 따라 인근 장시(江西) 후베이(湖北)성 등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위치…. 런 부성장은 “안후이성은 연해와 내륙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며 자랑에 침이 말랐다.
![]() |
그가 특히 안후이성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질 좋고 값싼 노동력. 그는 “연해지역과 가까운데도 안후이성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00위안(약 9만원)에 불과하다”며 “상하이의 3분의 1, 인근 장쑤(江蘇) 저장(浙江)성의 절반, 한국의 1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허페이는 중국의 4대 과학기술연구지역으로 60여개 대학에서 양성된 100여만명의 과학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질의 노동력 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실제로 최근 외국기업들의 안후이성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허페이시 외곽에 조성된 20여만평의 공업단지에는 현대자동차의 기술 지원을 받은 승합차가 하루 300여대씩 생산되고 있고, 일본 히타치공장에서 만든 굴착기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단지 곳곳에는 새로 입주할 기업의 공장터를 닦는 흙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덮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히타치와 영국의 유니레버가 에어컨 부문을 상하이에서 허페이로 이전하기도 했다. 면밀한 비용 분석을 한 결과 상하이보다 생산비를 52%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안후이성의 강점을 대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샹리(項莉) 대외무역투자관리처장은 “지난해말 현재 안후이성에 투자한 외국기업은 120개사이며 투자금액은 70억달러”라면서 “한국 기업은 섬유 전자 기계 생명공학 등 98건에 2억달러”라고 말했다.
안후이성은 중국 개혁개방의 시발점이다.
허페이에서 북쪽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펑양(鳳陽)현 샤오강(小崗)촌 주민들은 1978년 11월 굶주림에 지친 끝에 인민공사제도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경지를 가구별로 나눠 경작하는 ‘농가 청부생산 책임제’를 비밀리에 도입했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특징인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출발이었다.
펑양현 출신인 명(明) 태조 주원장(朱元璋)에 이어 ‘600년만의 반란’이라고 불린 샤오강촌의 경험은 1979년 당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선언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달 3일 안후이성은 130명의 대규모 투자유치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관에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허페이=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