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의 일본 내 영업을 총괄하는 일본삼성은 도쿄(東京) 도심 롯폰기(六本木)에 지상 27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8696평의 첨단 인텔리전트빌딩 ‘롯폰기 T-큐브’(사진)를 완공했다고 9일 밝혔다. 삼성과 일본 미쓰이부동산이 총투자비 444억엔(약 4400억원)을 공동으로 조달했으며 삼성이 57%, 미쓰이가 43%의 지분을 갖는다.
정준명(鄭埈明) 일본삼성 사장은 “1953년 10월 6일 삼성물산이 도쿄 시내의 13평짜리 사무실에 일본법인 간판을 내건 지 50년 만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외국 공관과 외국 기업이 몰려있는 롯폰기는 도심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도쿄의 새 비즈니스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 곳. 삼성의 새 사옥은 일본IBM 사옥과 이웃해 있는 데다 후지제록스도 입주할 예정이어서 이 일대가 도쿄의 정보기술(IT) 중심타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삼성의 매출액은 지난해 7219억엔(약 7조2000억원)으로 일본 내 360만개 법인 중 90위권.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6위이며 아시아계 기업만 놓고 보면 단연 1위다. 특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 자리를 굳힌 데다 휴대전화와 디지털가전 분야에서도 일본 업체를 압도하고 있어 삼성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정 사장은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일본 대기업 임원을 만나려면 여러 채널을 동원해야 했는데 지금은 일본 최고경영자(CEO)들이 오히려 대화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일본 재계에서는 삼성의 급성장을 경계하는 ‘삼성위협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 일본삼성의 한 임원은 “위상의 변화를 실감하지만 한편으론 일본 업계의 본격적인 견제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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