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이란 부동산 가격이, 작은 충격 요인에도 마치 거품이 터지듯 급락해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이 올라 있는 상태를 말한다.
쟁점은 ‘무엇에 비해 너무 많이 올랐느냐’는 것. ‘무엇’에 대한 견해차가 그대로 거품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시각 차이로 나타난다.
LG경제연구소는 이달 초 ‘주택 가격 버블 가능성 진단’이라는 보고서에서 가계소득, 국내총생산(GDP), 전세금 등에 비해 주택 가격 상승률이 너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9월 말에 낸 ‘한국 주택시장 분석 Ⅱ’ 보고서에서 소득, 인구, 실질금리, 정부 규제 등 시장 여건을 감안하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부동산 가격 동향과 비교해 볼 때 “전국적인 수준에서는 주택 가격이 아직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률이 가계소득, GDP, 전세금 등의 증가율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기준으로 거품 정도를 측정하는 ‘주택시장 버블 가능성 지수’가 2002년 2·4분기에 플러스(+)로 바뀐 뒤 지금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1∼2002년에 도시 근로자 가구의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17.5%였으나 전국 아파트 가격은 71% 상승했다.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 6.5%에 그친 반면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연 평균 25.2%에 달했다. 또 주택 매매 가격(아파트의 교환가치 반영) 대비 전세금(아파트의 사용가치 반영)의 비율이 2001년 10월 64.4%에서 올 8월 52.4%로 떨어져 투기심리 과열을 보여준다는 것.
이에 따라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투기심리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경제의 펀더멘털(기반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거품 해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삼성증권은 저금리 등 주택시장 여건, 과거 주택가격 수준, 외국 경험 등을 고루 감안할 때 지금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실질금리가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주택 구입 부담 감소→주택 가격 상승’ 과정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 준다고 본다. 특히 한국의 실질금리는 최근 2년 동안 7.6%포인트 떨어져 최근 10년 동안 1.8%포인트 하락한 미국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양국간의 주택가격 상승률 차이(최근 3년 동안 한국 41.7%, 미국 23.4%)도 이해할 만하다는 것. 그럼에도 소비자 물가상승을 감안한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은 1991년의 과거 정점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삼성증권은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이 앞으로 몇 분기 혹은 몇 년 안에 주택 가격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으나 거품 붕괴로 인한 전국적인 집값 폭락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금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느냐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르지만 △최근 아파트 값 상승세가 중·단기 추세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정부의 강력한 후속 안정대책이 큰 폭의 집값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양측의 의견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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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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