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장기채 2조7400억 만기도래 …금융권 촉각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05분


1998년 한국증권금융이 발행한 무기명 장기채 만기일이 31일로 다가오면서 2조7400억원에 이르는 상환자금의 ‘다음 투자처’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기명 장기채 만기자금은 투신권의 순수 주식형 펀드 수탁고 10조4590억원의 26.2%에 이르는 규모다.

금융기관 가운데 상환업무를 대행하는 증권사들이 이 돈을 유치하기 위해 묘안을 짜고 있다.

▽어떤 돈이고, 어떻게 찾나=한국증권금융은 98년 당시 현대투신이 한남투신을 인수하는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이 채권을 발행했다.

연 6.5%의 이자율로 발행된 이 채권은 외환위기 직후 고금리 상황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낮았지만 상속 및 증여세가 면제되고 무엇보다 자금의 출처를 묻지 않는다는 조건 때문에 시중 뭉칫돈이 몰렸다.

그런 데다 이후 금리가 낮아지면서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자금 출처를 숨기려는 거액 자산가들이 이 채권을 선호하면서 시가보다 20% 이상 비싼 값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증권금융은 13∼24일 사전 상환청구를 받아 만기일인 31일 원리금을 지급한다. 액면 1만원에 대해 1만3700원이 지급된다.

채권을 가진 사람은 한국증권금융 전국 영업점이나 5년 전 채권을 판매한 11개 증권사에서 찾을 수 있다. 만기가 지나더라도 10년간 보관해 주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으나 만기일 이후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누가 주인이고, 어디로 갈까=채권의 액면은 1000만원, 1억원, 10억원 등 3가지 종류.

채권의 주인들은 과세 추적이 되지 않는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상품을 선호하면서, 가능하면 장기 예치할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무기명채권 만기자금 유치경쟁에선 자금의 일부에 대해 상환업무를 대행하는 11개 증권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등 상환 대행 증권사들은 주식 직접투자보다 주가연계증권(ELS), 채권형펀드 등 안정형 상품을 적극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상환 대행사는 아니지만 만기 자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는 큰손들을 상대로 ‘무료 자산 포트폴리오 상담 서비스’를 13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미경 한투증권 여의도PB센터 지점장은 “자산운용 전략과 세무 상담은 물론 비밀 보장을 위해 방문상담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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